[사설] 남북 대화 제의, 미국과 사전 조율 없었나

입력 2017-07-18 18:30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제의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에 대한 공식 반응이다. “한국 정부에서 나온 발언이니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고도 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도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는 똑같은 말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미 행정부가 한목소리로 동맹 관계인 한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남북 대화 제의 과정에서 깊이 있는 사전 조율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 행정부의 불만에 담긴 의미는 크게 두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시기다. 지난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미국은 대북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 하원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방조하는 중국 통신기업을 제재하는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국제사회가 압박을 강화해 가고 있는 시점이어서 문재인정부의 남북 대화 추진은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다음은 조건이다. 양국 정상은 남북 대화의 조건을 ‘올바른 여건’으로 합의한 바 있다.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는데도 남북 대화를 제안한 문재인정부에 대한 불신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햇볕정책 회귀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경고 성격도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도 “압박을 가해야 할 시기”라며 미국에 동조했다. 정부는 “한·미 간 인식 차이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과 미·일 간 대북 공조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워싱턴 정가의 우려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남북 대화는 북핵을 제거하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데 1차 목적이 있어야 한다. 조그마한 성과에 급급하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기에 긴 호흡을 갖고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흐름과 같이 가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대화 움직임이 계속 국제사회와 다른 궤도로 흐를 경우 ‘한반도 문제 주도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는 한순간에 사라질지 모른다. 주도권은커녕 ‘코리아 패싱’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제재와 대화 병행은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북 원칙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