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총수 일가가 회사 소유의 해외 미술품을 빼돌렸다가 5년 만에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이진동)는 이화경(61) 오리온 부회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오리온 창업주 고(故) 이양구 회장의 둘째 딸로 회사 미술품 매입·매각, 전시, 임대 등 관리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2월 경기도 양평군 오리온 양평연수원에 있던 마리아 퍼게이의 ‘트리플 티어 플랫 서페이스 테이블’을 자택으로 옮겨놓고 그 자리에 모조품을 갖다 놓은 혐의를 받고 있다. 마리아 퍼게이는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로 문제의 스테인리스 테이블은 시가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그는 2015년 5월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에 걸렸던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미술가 장 뒤비페의 작품 ‘무제’(시가 1억7400만원)를 자택에 갖다 놓기도 했다. 계열사인 ㈜쇼박스로부터 임차해 부회장실에 걸어놨던 그림이다.
이 부회장의 남편 담철곤(62) 오리온 회장도 미술품 횡령 등으로 2013년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전력이 있다. 2003∼2009년 서미갤러리에서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프란츠 클라인의 ‘페인팅 11.1953’(시가 55억원) 등 해외 유명작가 미술품 10점을 법인자금으로 구입해 개인이 소장한 혐의로 2011년 6월 구속 기소됐다. 당시 이 부회장은 남편 구속, 그룹 경영상 필요성 등의 이유로 입건유예 처분됐다. 이후 담 회장의 집행유예 기간에 회사 미술품에 재차 손을 댔다가 남편에 이어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검찰은 지난 3월 횡령 등 혐의로 고발된 담 회장에 대해서는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무혐의 종결했다.
글=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사건 인사이드] 오리온 회장 일가, 부창부수 ‘미술품 추문’
입력 2017-07-1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