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지 벗어난 특수활동비 모두 없애야

입력 2017-07-18 18:30
감사원이 18일 19개 정부부처 특수활동비의 적절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감사에 착수했다.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일부 권력기관에서 국민 세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구시대의 유습은 오래전에 사라졌어야 했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특수활동비 사용 관행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국정 수행에 드는 비용을 말한다. 비밀 정보·수사에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밀유지가 조건이므로 사용 내역을 남기거나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납세자연맹이 기획재정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07∼2016년 국가정보원 예산을 제외한 특수활동비는 모두 3조7980억원이다. 2017년도 예산에는 국회와 대법원을 포함한 19개 기관에 4000억원 이상이 편성됐다.

문제는 이런 엄청난 액수의 돈이 기관장 활동비 등 취지에서 벗어난 곳에 쓰여도 제재하거나 감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기관별로 누가 돈을 받아갔는지를 기록하지만 공개되지 않는다. 지난 4월 법무부 ‘돈봉투 만찬사건’으로 권력기관 간부들이 쌈짓돈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뿐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가 특수활동비 집행을 중단하자 직원들의 월급이 줄어 특수활동비가 급여성 활동비로 전용되는 관행도 드러났다. 감시 사각지대에서 횡령에 해당되는 위법한 행위가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공공연하게 벌어졌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특수활동비 집행을 관리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 집행 지침에 ‘당초 편성한 목적에 맞춰 부적절한 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고 적혀 있는 정도가 전부다.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취지에서 벗어난 특수활동비 예산을 모두 없애고, 필요하다면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활동비로 전환하는 것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