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광야(廣野)’와도 같은 대학로에 작은 극장 ‘광야(光野)’가 들어섰다. 빛이신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기독교뮤지컬 전용관의 이름이다. 작은 극장 광야는 황무지 같은 이 세상에 빛(光)으로 가득한 기독교문화의 들판(野)을 꿈꾼다. 모든 공연은 기독교 관련 뮤지컬로만 채워진다.
서울 종로구 이화장길 쇳대박물관 지하 1층에 마련된 광야는 극단 ‘문화행동 아트리’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던 대학로예술극장 3관을 장기 임대해 200석 규모의 기독교뮤지컬 전용관으로 문을 연 곳이다. 위탁 운영 및 공연기획을 전담하기 위해 ‘㈜문화동행 아티스’란 법인도 설립했다.
기독교 문화예술인들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대학로에 기독교 전용무대가 세워졌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연합의 힘’이 아니고선 할 수 없다. 실제로 여러 기적의 손길들이 있었다. 2016년 가을 아트리가 종교개혁500주년 기념뮤지컬 ‘더 북’의 1년 상설공연(370회)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광염교회 조현삼 목사가 “첫 달 대관료 1000만원을 교회에서 부담할 테니 일단 저질러 보라”고 불을 지폈다. 아트리 대표 김관영 목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님이 이렇게 시작하라고 하는 것을 보니 11개월도 각각의 파트너를 붙여주시겠구나.’
꿈은 현실이 됐다. 광염교회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국중앙교회(임석순 목사) 금광교회(김영삼 목사) 등의 교회들과 문화사역단체, 믿음의 기업들이 한 달씩 돌아가며 후원 파트너가 됐다. 특히 한국중앙교회는 아트리의 1년 공연을 돕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교회 숙소를 단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트리는 이들 ‘12파트너’에게 각 1000장의 티켓을 전달하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17일 열린 광야 개관기념 감사예배에서 김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12파트너의 도움은 아트리로 하여금 기독교뮤지컬 전용극장을 마련할 때가 됐다는 확신을 심어준 계기였고 올 초부터 기도하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야서 40장 3∼8절 말씀을 바탕으로 주님이 다시 오실 길을 예비하는 문화예술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이 기회에 다시 되새기려 한다”며 “광야에 오는 모든 이들이 예수님의 십자가 그늘 안에서 진정한 쉼을 누리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설교를 맡은 순회선교단 대표 김용의 선교사는 “이스라엘 백성은 거칠고 힘들고 막막한 광야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다”며 “바로 ‘빛의 들’로 바뀐 이 광야에 하나님께서 이름을 두셨다”고 언급했다.
김 선교사는 문화예술로 복음을 전하는 것에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광야가 세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몸으로 드리는 예배’를 목격했다”며 “진정한 문화예술은 하나님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대학로에 기독교 전용 극장을 늘 꿈꿔왔다는 탤런트출신 임동진 목사는 “후배들이 드디어 황무지 같은 대학로에 ‘하나님의 길’을 열었다”고 크게 기뻐했다.
아트리는 22일부터 12월 23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7시 작은극장 광야 개관기념으로 ‘뮤지컬 요한계시록’을 공연한다. 2015년 초연 당시 20여회 공연 모두 만석을 기록했고, 2016년 두 차례 앙코르 공연 역시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한 작품이다. 요한계시록 2∼3장 ‘일곱 교회에 보낸 예수 그리스도의 편지’를 주 내용으로 한다.
글=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거친 광야 같은 대학로에 예수님 빛의 들판 꿈꾸는 작은 극장 ‘광야’ 들어서
입력 2017-07-19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