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위안부·국정교과서… 朴정부 문건 또 나왔다

입력 2017-07-17 21:35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에 이어 이병기·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이 담긴 청와대 문서가 대거 발견됐다. 청와대는 특히 불법적인 지시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혀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사무실에서 박근혜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등 1361건의 청와대 문건이 추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문건 가운데는 2015년 3월 2일∼2016년 11월 1일 사이 작성된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문건 254건이 포함돼 있다. 비서실장이 각 수석실에 업무 지시한 내용을 회의 결과로 정리한 것이다. 지시 사항에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세월호 참사, 국정 역사 교과서, 각종 선거 등과 관련한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이들 사안은 박근혜정부에서 수시로 진보·보수세력 간 충돌이 일어났던 것들이다. 청와대 차원에서 불법적으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 한 것이라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이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에 ‘민정수석실 문건’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또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과 각종 현안에 대한 ‘언론 활용방안’도 발견됐다. 예를 들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특정 언론에 여론을 유도하도록 당부하는 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통 이틀에 한 번 갖는 현안점검회의 결과를 별도 문건으로 작성해 파일로 쌓아둔 것”이라며 “굉장히 민감한 내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병기·이원종 전 비서실장 재임 시절이고,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일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지시 여부에 대해선 “특검에 서류가 넘어갔으니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자료 작성 시기는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의 박근혜정부 청와대 기획비서관 재직 시절과 절반가량 겹친다. 홍 실장은 문자메시지에서 “수석비서관회의 결과를 1∼2장으로 정리하는 것은 기획비서관 업무”라며 본인이 작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홍 비서관은 실무를 담당했을 뿐 적법하지 않는 지시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건들은 최근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정무기획비서관실 행정요원 책상 하단에 놓여 있던 캐비닛 안에서 발견됐다. 청와대는 당초 1361건 문건을 모두 분석한 뒤 공개하려 했지만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분석이 끝난 비서실장 주재 회의 문건 254건만 우선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추가로 발견되는 내용이 있다면 즉시 보고·발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문건이 잇달아 발견되는 데 대해 “참여정부 때는 청와대 ‘이지원’, 정부 문서관리 시스템 ‘온나라’가 있었다”며 “우리도 문서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분류 등을 제때 해서 정확히 탑재되도록 잘하라”고 당부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