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반부패협의회’ 직접 진두지휘…적폐청산 강력 드라이브

입력 2017-07-18 05:00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방산비리를 앞세워 고강도 개혁 작업을 예고했다. 특히 2007년 이후 명맥이 끊겼던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반부패협의회)를 부활시켜 반부패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반부패협의회가 가동되면 각종 부패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검찰이나 국가정보원, 경찰 등 특정 기관이 이슈를 주도하기 어려워진다. 특정 기관에 맡기는 대신 대통령이 직접 최상위 협의체를 운영하며 반부패 작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1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방산비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특정 분야를 공개적으로 ‘적폐 청산의 대상’이라고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산비리는 국방 개혁 작업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강도 높은 청산 작업이 이뤄질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에 맞춰 청와대는 18일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주관으로 방산비리 근절 유관기관협의회를 처음 개최한다. 협의회에는 감사원을 비롯한 9개 기관 국장급이 참여하며, 방산비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기관별 사정활동 역할을 규정할 예정이다. 유관기관협의회 결과는 필요할 경우 반부패협의회에 보고돼 범정부적 대응책을 강구하게 된다.

반부패협의회는 방산비리를 비롯해 특정 부패 행위 근절을 위한 범정부적 대책 마련을 위해 설립된 협의체다. 노무현정부 시절 만들어졌지만 2007년 9차 회의를 끝으로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유명무실화됐다.

노무현정부 당시 반부패협의회의 논의 내용은 단순히 수사·감사 등에 한정되지 않았다. 2004년 2월 1차 회의에서는 아예 ‘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시스템의 전방위적 개혁’을 천명했다. 공무원 내부징계 적정성 제고 방안(당시 부패방지위원회), 재산등록 심사 기능 강화 및 주민소송제 도입(행정자치부), 불법 자금거래 차단(재정경제부), 국방 획득운영 시스템 개선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 구성(국방부) 등이 일제히 보고됐다.

이는 현 정부의 적폐 청산 기조와 닮은꼴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회의에서 “부패 척결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절박한 과제”라며 “참여정부 임기 내 반드시 부패 척결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부정부패 척결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선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반부패협의회는 일단 기존 훈령대로 각 관련기관들이 모두 참여할 예정이다. 다만 2005년 최종 개정된 만큼 각 기관 명칭이 변경돼 개정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참여 기관이 다소 조정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대통령 훈령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참여 기관 등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방산 비리를 적폐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만큼 반부패협의회의 우선 과제도 방산 비리를 비롯한 국방 개혁 작업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방위사업청장 인선도 남아 있는 상태다. 수사·감사 등 적법한 수단을 총동원한 사정작업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논의와 병행해 검찰 개혁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도 반부패협의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공수처 신설과 관련해 기소권 부여 여부 및 수사 대상 등이 반부패협의회에서 논의됐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