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일’ 트럼프 앞에서 US오픈 거머쥐다… ‘슈퍼루키’ 박성현 LPGA 첫 승

입력 2017-07-17 18:42 수정 2017-07-17 21:36
박성현이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뉴시스
박성현(가운데)이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 그의 아내 라라 유나스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특별 관람실에서 박성현의 경기를 지켜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글이 적혀 있는 빨간 모자를 쓴 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18세 아마추어 골퍼 최혜진이 17일(한국시간)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US여자오픈 4라운드 8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AP뉴시스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을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제패로 장식했다. 특히 미국 제일주의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의미가 더욱 컸다.

기립박수·엄지 척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이 열린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6732야드)에서 최종 라운드를 직접 지켜봤다. 2라운드부터 사흘 연속 이곳을 찾았다. 그는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글이 적혀 있는 빨간 모자를 썼다. 하지만 우승은 ‘위대한’ 미국 선수들이 아닌 박성현의 몫이었다. 박성현은 최종 합계 11언더파로 아마추어 최혜진(18·학산여고)을 2타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박성현은 15번홀(파5)에서 7m짜리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1위로 치고 나갔다. 공교롭게도 15번홀 앞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성현에게 박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박성현의 우승 순간도 지켜봤다. 박성현이 마지막 홀을 떠날 때 트럼프 대통령은 박성현이 누군지 자세히 보기 위해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지정장소 유리창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박성현을 향해 열렬한 박수를 보냈고, 특유의 엄지를 치켜세웠다.

환상의 어프로치로 우승컵

박성현은 마지막 파5 18번홀에서 위기를 맞았다. 세 번째 샷이 홀을 훌쩍 넘어간 것이다. 핀까지 거리가 15m가량 됐고, 그린도 울퉁불퉁해 어프로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펑샨샨(중국)이 버디를 잡고 박성현이 보기를 하면 연장전으로 갈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이 대회 18번홀에서 공을 해저드에 빠트리는 치명적 실수로 우승권에서 멀어진 기억도 생생했다. 하지만 기막힌 어프로치샷으로 네 번째 샷을 홀에 가깝게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성현은 “지난해 공을 빠트렸던 기억이 강해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그냥 습관대로만 하자는 생각을 했고, 그게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올 시즌 미국 무대에 진출한 박성현은 14개 대회 만에 데뷔 첫 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또 한국 선수로는 역대 8번째 US여자오픈 챔피언에 등극했다. 세계랭킹도 지난주 11위에서 6계단 수직 상승하며 처음으로 ‘톱5’에 진입했다.

태극낭자 군단은 이번 대회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톱10에 무려 8명의 한국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최혜진은 우승했을 경우 50년 만에 아마추어 선수가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는 대기록을 남길 뻔했다.

한·미 관계에 좋은 영향?

미국 USA투데이는 박성현의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US여자오픈 리더보드는 트럼프에겐 악몽”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는 공동 11위에 오른 알렉스 마리나였다.

하지만 이번 태극낭자들의 선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다시 보게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트위터 활동을 통해 한국 선수들을 호평했다. 그는 경기 후 트위터에 “박성현의 2017년 대회 우승을 축하한다”고 직접 글을 올렸다. 또 “US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 십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무척 흥미롭다”며 최혜진의 선전을 칭찬하는 글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 부부는 시상식 직후 박성현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드 배치 지연 불만,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주장 등으로 한국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았던 그가 모처럼 좋은 한국 이미지를 간직하게 됐다는 평이 나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