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강국’ 사우디 脫석유 풍력발전 단지 본격 추진

입력 2017-07-17 18:37

‘석유왕국’ 사우디아라비아가 풍력발전소 건설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 석유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이번 프로젝트는 방대한 사업 규모와 맞물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에너지부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400㎿(메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 단지 건설 공사에 대한 입찰을 공고했다. 북서부 알조우프주(州) 두마트 알 잔달 지역에 들어설 발전단지는 사우디 최초의 일괄설비 풍력발전 시설이 될 전망이다. 공개입찰 마감일은 다음달 10일이며, 사우디 정부는 내년 1월 안에 시공업체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서 지난 4월 입찰 공고된 300㎿급 태양광발전 단지 건설업체는 오는 11월 발표될 예정이다.

사우디 정부는 향후 10년간 총 500억 달러(약 56조4100억원)를 투입해 30개 이상의 풍력 및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 고갈에 대비한 에너지 다각화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에만 총 700㎿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시설 구축사업에 대한 입찰을 예고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4월 “2023년까지 사우디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에너지 ‘체질 개선’을 위해 사우디 당국은 신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참여 희망 기업들에 대한 사전 자격심사를 실시해 모두 51개 기업에 예비자격을 부여하는 1차 전형을 이미 마무리 지었다.

사우디가 야심 차게 내세운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최근 새롭게 왕세자로 책봉된 모함마드 빈 살만 왕자가 추진 중인 경제개혁안 ‘비전 2030’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원유에만 의존한 국가경제 체질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는 석유 없이도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었다. 그는 2030년까지 약 9.5GW의 전력을 재생가능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밝혔다.

이런 추세는 한때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중동에 불어닥친 ‘원자력발전 르네상스’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기조로 전환된 것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사우디의 ‘녹색 에너지 드라이브’는 UAE 원전 수주 이후 추진과정에서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한 한국의 관련 업계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