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캐비닛 문건’ 수사 착수… 우병우 “내용 모른다”

입력 2017-07-17 18:50

청와대에서 발견된 박근혜정부 시절 민정수석실 문건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한 국정농단 재수사의 단초 찾기에 나선 셈이다. 진행 중인 국정농단 재판과 추가 기소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이관된 문건 중 일부를 넘겨받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 300여종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특검팀은 국정농단 관련 일부 문건을 넘겨받아 지난 주말부터 분석에 들어갔었다. 이 가운데 일부가 다시 수사권을 지닌 검찰로 넘어가는 것이다.

특수1부는 문건 작성자와 작성 시점·경위, 문건 내용이 갖는 의미 등을 차례로 수사할 계획이다. 당시 민정수석실 근무자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1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재판의 공소유지도 맡고 있다. 관련 사안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만큼 수사 속도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수사의 핵심 관건은 우 전 수석의 개입 여부 규명이다. 검찰로서는 2014년 8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삼성 지원 메모의 작성자가 우 전 수석인지, 그 부하 직원인지 확인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참석한 우 전 수석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민정수석실 문건에 대해)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재임 중 작성된 문건이라고 청와대는 주장하는데 정말 모르시느냐’고 취재진이 재차 묻자, 우 전 수석은 “(이미) 답변드렸다”며 말을 아꼈다.

최순실씨도 이날 법정에서 최근 딸 정유라씨의 법정 증언에 대해 “특검이 새벽 2시에 애(정유라)를 데리고 나간 건 잘못했다. 제가 (이것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특검이 협박해 (정씨가) 두 살 아들을 두고 나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민철 이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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