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법적 최종 시한(7월 16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 결정됐다. 역대 최고 수준 인상(16.4%)으로 적게는 277만명, 많게는 463만명에 이르는 근로자의 내년도 임금이 두 자릿수 이상 높아져야 한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계와 사용자 측 누구도 퇴장하지 않은 채 정상적 의결과정을 거쳤다. 파행 없이 최저임금이 결정되기는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대선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그만큼 커진 영향이다.
청년 취업난과 고령 근로자 증가 등으로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가 늘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여전히 근로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구조 아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11차 전원회의를 열고 8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의결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익위원 중재를 통해 근로자·사용자위원들이 각각 최종 제시한 수정안 7530원, 7300원을 놓고 표결을 했다. 최저임금위원 27명 중 15명 찬성으로 노동계 수정안을 받아들였다. 노동계 제시안으로 의결되기는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월 200만원 기본 생활’을 보장하자며 노동계가 주장해 온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다.
당장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463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사업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기준으로도 277만명에 달한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받아 내년에 시간당 1060원의 임금 인상 대상인 근로자들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 209시간 근로(주40시간·주휴 수당 포함) 기준 157만3770원으로 22만1540원이 인상돼야 한다.
근로자의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가 늘면서 내수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특히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소비성향(소득이 늘어날수록 쓰는 성향)이 높다. 정부가 주장하는 소득주도성장의 근거다.
다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경영을 악화시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경영 여건이 열악하고 인건비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당장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경비원과 같은 고령 인력이나 아르바이트 같은 취약한 일자리부터 위협을 받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경영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일정 수준의 물가 인상은 감수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현재 최저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업체가 속출하는 현실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 대상 근로자가 아무리 많아도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대폭 인상’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지난해 13.7%로 추산됐다. 이들의 67.8%가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속해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구조, 노동시장 구조를 개편해야 해결될 문제다. 국민정책연구원 박영삼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하겠다면 3∼5년에 걸친 산업 합리화 정책, 공정거래 질서 확립 종합계획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月 22만원 더 받아…소비 늘어 내수활성화 기대
입력 2017-07-1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