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 엔진 결빙에 프로펠러·전방유리 파손까지

입력 2017-07-16 17:50 수정 2017-07-16 21:45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지난 3월 육군 제2작전사령부에서 열린 기동예비전력 전개훈련에서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이 수리온의 결빙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무리하게 전력화를 추진했다고 16일 밝혔다.뉴시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은 육군의 노후 헬기인 UH-1H와 500MD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2006년 개발이 시작돼 총 사업비 1조3000억원이 투입됐으며 2012년 12월 실전 배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배치 직후부터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설계 결함으로 프로펠러와 전방 유리가 파손되는가 하면 동체에 금이 가거나 빗물이 새는 일도 있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겨울철 엔진 결빙이었다. 2015년 1월과 2월 육군항공학교가 운용하던 수리온 2대가 엔진이 멈춰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의뢰를 받은 미국 업체는 “겨울철이 오기 전 최대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통보했지만 육군항공학교와 육군군수사령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그해 12월 수리온 한 대가 추락해 완파되고 말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엔진 결빙 문제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도외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1월 방사청은 막연히 사업 일정 등을 이유로 결빙 시험을 미뤘고 시험평가 기간(2009년 9월∼2012년 4월)에도 실시하지 않았다. 방사청은 ‘결빙 시험을 해외 시설에서 수행한다’는 조건으로 2012년 7월 ‘기준 충족’ 판정을 내렸고 그해 12월 수리온을 납품받아 전력화를 시작했다.

방사청의 이런 태도는 미국 결빙 성능시험(2015년 10월∼2016년 3월)에서 ‘기준 미달’이 나온 뒤에도 계속됐다. 방사청은 시험 결과가 공개된 지난해 9월 입장자료에서 “설계보완과 추가입증 등 후속 조치를 검토 중이며, 착수 후 1년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작 4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납품 재개 결정을 내렸다. “노후 헬기 도태에 따른 전력 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감사원은 16일 “방사청은 수리온의 결빙 성능이 보완돼 ‘국방규격’을 충족할 때까지 납품을 수락해선 안 됐다”면서 “성능이 규격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수리온을 계속 전력화함으로써 비행 안전성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기존 전력화된 수리온의 개선비용 207억원을 정부가 부담할 가능성이 있는 등 국가 재정에도 손해를 초래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수리온 전력화 재개를 지시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등이 국익침해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말 이미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수리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에 배당해 수사 중이다. 과거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운용될 때부터 검찰은 이미 한국형 헬기사업에 대한 각종 비리 첩보를 축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4일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 수사는 장 청장이 수리온의 결함을 알면서도 무리한 전력화를 강행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장 청장은 2015년 2월 국회에 나와 여러 방위사업 가운데 한국형 헬기사업단을 가장 성공적인 사업단으로 꼽았다. 수리온의 조립·생산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방위사업청은 “한국 지형에서의 운항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여러 차례 항변했다. 이러한 입장의 배경에 수리온 개발을 둘러싼 금전적 부당 이익이 있었는지도 검찰이 밝혀야 할 대목이다. 장 청장과 하성용 KAI 사장이 박근혜정부 당시 임명된 인사라는 점에서 ‘윗선’의 개입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성은 이경원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