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성장 ‘꽃길’ 걷던 P2P금융 빨간불 켜졌다

입력 2017-07-16 18:04 수정 2017-07-16 21:38

‘중금리 대출’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하며 ‘꽃길’을 걸었던 P2P금융업계가 ‘변곡점’을 맞닥뜨렸다. 누적대출액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최근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 P2P금융협회 안팎에서 불협화음까지 나오고 있다. P2P금융업계 앞에 ‘가시밭길’이 펼쳐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금융이란 돈이 필요한 사람이 중개업체를 통해 대출 액수나 사용처를 올리면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서비스다.

16일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P2P금융회사의 누적대출액이 1조1630억원에 이르렀다. 1년 전과 비교해 7.6배 증가했다. 그야말로 ‘폭풍 성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최근 P2P금융회사의 연체율은 하루가 다르게 급증세다. 한 업체의 경우 두 달 사이에 78억원이 연체됐다. 또 다른 업체의 연체율은 16일 만에 9.93%에서 11.73%로 뛰었다. P2P금융회사들이 지난해 중개했던 투자 상품의 만기 상환일이 최근 다가오면서 원금을 갚지 못하는 ‘부실 대출자’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P2P금융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상당수 업체들이 ‘연체율 0%’를 앞세워 투자 안전성을 홍보했다. 하지만 연체율은 만기 상환일이 돼야 정확히 집계할 수 있다. 영업기간 1년 미만의 업체는 연체·부실율이 0%대일 수밖에 없다. ‘연체율 0%’의 함정에 빠졌던 투자자들은 급증하는 연체율에 당혹스러울 뿐이다.

여기에다 P2P금융협회를 둘러싸고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P2P금융협회는 지난 12일 고금리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한 모아펀딩을 제명했다. 모아펀딩 측은 “다른 회사도 고금리 상품을 내놓는다. 억울하다”며 반발했다. 부동산 투자상품을 팔면서 사후관리가 부실했던 펀딩플랫폼은 협회 제명 논의 중에 자진 탈퇴하기도 했다. 협회 가입 여부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요소다. 투자자들은 협회와 업체 사이에서 혼란에 빠졌다. 한 P2P금융회사 관계자는 “하반기에 만기가 몰려 있는 만큼 연체가 발생했을 때 책임지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가 가려질 것”이라며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영업을 확대해온 업계가 조정을 받는 시기”라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P2P금융 관련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음 달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융 당국의 P2P금융업계 관리 권한이 확대된다. 개정안은 P2P대출과 연계한 대부업자는 의무적으로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했다. 다만 근본적으로 P2P금융을 규제하거나 관리·감독하는 독립된 법은 아니다. 이승행 P2P금융협회장은 “대부업법 시행령의 경우 대부업체를 통해 P2P금융회사를 간접 제재하기 때문에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P2P금융회사의 회계를 세부적으로 공개하는 등 투자자와 금융회사 간의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고 규제하는 독립된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