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민정수석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은 충격적이다.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들이 허술하게 캐비닛에 방치된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지난 3일 발견됐다는 문건은 약 300종에 달한다. 문건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을 포함한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자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이 포함돼 있다. 문건들의 내용은 재판이 진행 중인 ‘최순실 게이트’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 수도 있다. 재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핵심은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 문건이다. 여기엔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이 자필 메모로 쓰여 있다.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에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해석됐다. 청와대는 메모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작성한 시점은 2014년 8월로 추정되는 정황이 있다고 16일 밝혔다. 이 시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재임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청와대는 이번에 확보한 자료 가운데 상당한 분량을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은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경우 이를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특검과 검찰은 문건의 작성 주체와 작성 내용의 진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우 전 수석도 조사 대상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생기기 않아야 하며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그 어떤 행위도 있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를 포함해 여권이든 야권이든 이 문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뒷감당을 못할 수도 있다. 정치적 고려없이 원칙대로 다뤄야 한다.
[사설] 청와대 문건 수사 정치적 활용하면 뒷감당 못할 것
입력 2017-07-16 17:44 수정 2017-07-18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