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14일 비밀리에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5, 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하면서 이를 둘러싼 후폭풍 역시 거세질 전망이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이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상황에서 공론화의 첫걸음인 이사회를 몰래 처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전날 이사회가 무산된 이후 차기 이사회에 대해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수원은 이사회 무산 이후 이튿날 비공개로 이사회를 열도록 추진했고, 이사들에게도 경주에 머물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수원 노조는 물론이고 직원들 역시 이사회 개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50분 정도 열렸으며 한수원 노조가 이사회 개최 소식을 듣고 호텔로 찾아갔으나 이미 결정이 난 뒤였다.
한수원 노조는 이날 이사회를 ‘도둑 이사회’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했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정부를 대상으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잠정 중단 결정에 대해 의결 무효 또는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모든 법적 수단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건설현장 인근 주민들과 연대 투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결정에 대한 위법 논란 역시 정리되지 않았다. 공사 중단을 비롯한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측에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수원에 공사 일시중단 협조 요청을 한 자체가 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에너지법 관련 규정을 들어 에너지 공급자인 한수원이 국가에너지 정책에 적극 협력할 포괄적 의무가 있다며 법 위반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수원이 이사회까지 몰래 강행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공론화 논의 과정을 거친 후에도 논란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탈원전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공론화위원회에 원전 전문가를 배제하겠다는 방침부터 비판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980년대 중반부터 원전 폐지 논의를 시작해 2011년 ‘모든 원전 폐기’를 선언한 것과 비교하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시공사 및 하청업체들의 경우 겉으로는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다’며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신고리 5, 6호기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다”며 “공사 중단 시에도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면 크게 문제가 안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인력 운용 문제 등에서 고심이 크다. 최종 결정이 난 것이 아니라 인력을 다른 데로 돌릴 수도 없고, 보상 비용 산정 과정에서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한수원은 시공업체들에 공사중단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기자재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과 보상 규모를 협의하는 후속 조치에 착수할 예정이다.
글=김현길 강창욱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몰래 디딘 ‘탈원전’ 공론화 첫발… 한수원 노조 ‘법적대응’
입력 2017-07-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