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법권 침해 논란 격화… 홍콩 범민주파 입법회의원 4명 의원직 박탈

입력 2017-07-14 21:30 수정 2017-07-14 23:09
홍콩 입법회 에드워드 이우, 네이선 로, 렁쿽훙, 라우 시우라이 의원(왼쪽부터)이 14일 오후 고등법원의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 의원 4명은 이날 의원직을 박탈 당했다. AP뉴시스

홍콩 고등법원이 지난해 10월 입법회(국회 격) 선서에서 중국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퍼포먼스를 한 범민주파 입법회의원 4명의 자격을 박탈한다고 14일 결정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해 11월 홍콩 기본법(헌법 격)을 유권 해석해 사실상 이들의 자격을 박탈할 근거를 마련했다. 홍콩 법원이 전인대의 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 담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파기하고 사법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논란이 격화될 전망이다.

의원직을 잃은 범민주파 의원은 렁쿽훙 사회민주연선 주석과 2014년 우산혁명의 주역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주석, 에드워드 이우 의원, 라우 시우라이 의원 등 4명이다. 이들에 앞서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두르고 선서한 친독립 정당 영스피레이션 의원 2명도 지난해 11월 의석을 잃었다.

홍콩 내부에서는 의석을 박탈당한 의원들을 지지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 정부로부터 사법권을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해 11월 의원직을 잃은 식스투스 바지오 렁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들의 생각이나 행동에 동의하든 안 하든 시민이 권력을 부여하지 않은 체제가 시민의 선거권을 박탈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친중파가 포진한 정부와 범민주파의 갈등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의원직을 잃은 4명은 이날 밤 중국의 사법권 침해를 규탄하는 시위를 개최했다. 로 의원은 지난 2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도 “의원직을 잃으면 시민들이 시민권을 잃는 것”이라며 “시민사회의 큰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범민주파 입장에서 이들의 의석은 상당히 중요하다. 범민주파와 독립 성향의 본토파는 지난해 입법회 선거에서 총 70석 중 법안 의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의석수 3분의 1을 넘겼다. 그러나 지난해 본토파 의원 2명이 의석을 잃고 이번에 4명이 추가로 자격을 잃으면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의결 정족수가 위태로워졌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