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대학 ‘전형료 장사’… 1인당 최대 100만원 쓴다

입력 2017-07-15 05:01

2년 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대학생 김규영(22)씨는 대입 수시에 응시할 때마다 친구들과 “오늘도 학교에 벽돌 하나 올려줬다”며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았다. 김씨는 “2시간 동안 논술 시험 한 번 봤는데 왜 전형료를 10만원 가까이 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재수한 것까지 합치면 전형료만 100만원 넘게 썼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이민서(19)양은 지난해 초부터 입시 전형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틈틈이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 지원은 수시 6번, 정시 3번 등 총 9번 지원이 가능한데 이 기회들을 후회 없이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형료가 아깝다며 9개 원서를 다 쓰지 않는 친구도 있었다”며 “비싼 전형료가 부당하다고 느낀 적은 있지만 수험생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원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대학입시 전형료 개선을 지시하면서 교육부가 전형료 산정 기준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번 기회에 매년 입시철만 되면 ‘비싸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입시 전형료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기대돼 학부모와 학생들은 반색하고 있다.

대입 전형료 산정은 고등교육법 제34조의 4에서 규정하고 있다. 법령은 ‘전년도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 내역 및 모집인원 대비 지원인원 등을 고려해 입학전형료를 정한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대학이 ‘알아서’ 정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입시철만 되면 국내 대학들은 합격에 목을 맨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해 원서에 바가지를 씌워 왔다. 비슷한 전형인데도 학교마다 전형료가 천차만별인 점은 의심을 키웠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이 2015년 입학전형료로 받은 수입은 총 1789억원에 달했다. 수험생에게 반환한 잔액을 빼고 나면 4년제 대학의 실제 입학전형료 수입 총액은 1500억원이 조금 넘는다.

수험생이 9차례의 기회를 온전히 활용한다면 부담이 커진다. 수시모집 입학전형료는 대개 10만원 내외이고, 정시모집 일반전형은 4만원선으로 많게는 100만원 가까이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재수생 자녀를 둔 학부모 최모(50·여)씨는 “합격하면 다행인데 불합격하면 돈을 허공에 뿌린 것 같아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전형료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3년도 입시부터 수시 원서를 쓰는 횟수를 제한하거나 입학 전형 절차 이후 남은 잔액을 수험생에게 반환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지긴 했으나 이마저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3 양모(18)양은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을’ 입장이어서 그냥 참고 넘겨왔던 것 같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시 시즌이 9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당장 올해부터 산정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교육부가 대학에 권고하는 가이드라인 마련부터 강제성을 부여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까지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전형료 부담이 커진 것은 수시 비중이 높아지고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면서 “충분한 여유를 두고 어느 수준이 적정한지 검토해봐야 한다. 당장 올해부터 적용하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글=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