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21)씨의 ‘변심’을 두고 법정 밖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변호인단은 의뢰인인 정씨를 공격하고, 특별검사팀은 피의자인 정씨를 방어하는 기묘한 상황이 전개되는 중이다. 정씨가 지난 12일 변호인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출석하겠다고 전한 문자메시지의 진정성과 관련해서도 양쪽은 거센 신경전을 이어갔다.
12일 정씨가 법정에서 “삼성이 말 세탁을 몰랐을 리 없다” 등의 작심 증언을 하고 돌아간 직후 이경재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특검의 회유·강요설을 주장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정씨가 권영광 변호사에게 보냈다는 문자도 공개했다. ‘밤새 고민해봤는데 저 오늘 증인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으로 수신 시간은 오전 10시 23분으로 돼 있다. 이 변호사는 정씨가 법정 있던 시간에 문자가 왔다며 ‘성명불상자의 위장 문자’라고 주장했다. 특검 측이 정씨를 강요 내지 유인으로 출석시켜 놓고 그를 가장해 문자를 보냈다는 취지다.
특검은 14일 “변호인이 중대한 사법방해 행위를 한다”며 발끈했다. 이어 정씨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문제의 문자를 공개했다. 내용은 동일했지만 전송 시간은 12일 오전 8시19분이었다. 변호인이 공개한 것과 2시간가량 차이가 난다. 정씨를 상대로도 8시19분 발송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고 한다. 특검 측은 문자를 받은 쪽이 시간을 조작했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해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변호인 측의 노이즈 전략에 대응하지 않으려 했으나 도를 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검과 변호인은 정씨의 법정 출석 과정을 놓고도 충돌했다. 일종의 내부자라 할 수 있는 정씨 증언의 파급력을 양쪽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씨는 12일 새벽 2시6분 거처인 서울 강남구 미승빌딩에서 나와 대기하던 특검 차량을 타고 모처로 이동했다가 오전 7시쯤 법원 청사에 나왔다. 이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자처해 “보쌈 증언 아니냐. 이후 행적을 공개하라”며 소환 절차를 문제 삼았다. 특검은 반박 자료에서 “증인 요청에 따라 출석을 지원하고 보호한 것을 비난하는 변호인 행태가 오히려 문제”라고 말했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정유라 출석통보 8시? 10시?… 특검-변호인 ‘문자 조작’ 공방
입력 2017-07-14 18:39 수정 2017-07-14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