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은… “비밀 표기 없어 대통령지정기록물 아니라고 판단”

입력 2017-07-14 18:13 수정 2017-07-14 21:36

청와대가 지난 3일 발견했다고 밝힌 박근혜정부의 문건은 모두 300종에 육박한다. 문서 원본에 해당하는 정본, 복사본에 해당하는 부본 등이 섞여 있다. 회의 중 적은 것으로 보이는 각종 자필 메모와 메모의 사본 등도 다수 발견됐다고 한다. 한 장의 문건을 10부 복사해 하나로 묶은 자료도 있다.

이번에 발견된 문건들은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2015년 6월 사이에 생산됐다. 2014년 6월 11일부터 2015년 6월 24일까지 1년여에 걸쳐 작성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등 각종 회의 문건과 현안 검토 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이 포함돼 있다. 2013년 1월 생산된 이명박정부 시절의 자료도 1건 발견됐다.

박수현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자필 메모로 된 부분은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일부 내용을 공개한다”며 메모 한 건의 복사본도 공개했다. 청와대는 이 메모의 필적 등을 토대로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작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들에는 별도의 비밀 표기가 없다. 따라서 청와대는 이 문건들이 대통령지정기록물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변인은 “이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인 것은 맞지만,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까지 비공개로 분류해 현재로서는 해당 여부를 바로 판단할 수는 없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최대 30년까지 열람이 제한된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과 결과를 기록물로 생산 및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3일 발견 직후 이 문건들을 국정기록비서관실로 이관했고, 14일에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 수사와 관련된 일부 문건의 사본은 이날 오후 박영수 특검팀에 제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개한 문건은 법리 검토를 마친 것”이라며 “진행 중인 검찰 수사, 재판 관련 사안이라 더 이상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 문건들이 지난 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부의 한 캐비닛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초기 민정수석실 인원이 다 채워지지 않아 기존 사무실의 절반 정도 공간만 사용하다가 나머지 공간까지 사용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문건이 담긴 캐비닛을 발견했다. 그동안 손이 닿지 않았던 캐비닛에 문건들이 보관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문건 폐기, 이관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