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대통령 메시지, 기관 지침이 돼 삼성 경영권 승계 완성 안됐다”

입력 2017-07-14 18:08 수정 2017-07-14 21:34
사진=뉴시스

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왕년의 ‘삼성 저격수’로 돌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현직 공정위원장으로서 아주 큰 부담을 지고 왔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14일 열린 재판에서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이 피고인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삼성그룹 승계 과정을 설명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도 공판검사석에 자리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5월 와병으로 쓰러진 후, 삼성 미래전략실 중심으로 다급하게 이재용 승계 작업이 속도를 냈다”고 했다. “당시 김종중 미전실 사장 등 고위 임원들로부터 ‘굉장히 다급하다’는 표현도 여러 차례 들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최고 정치권력인 대통령 메시지는 시장 감독 기구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등 감독 기구에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에 따라 기업에 우호적이거나 엄격한 방향으로 시장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삼성 경영권 승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인수 시점에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완성됐다는 세간 인식은 매우 잘못됐다”고 했다. 이어 “삼성의 출자 구도는 아직 불완전하다”며 “삼성 입장에선 이 부회장의 승계 구도 안정화를 위해 추가 작업을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배경에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추진됐고, 이로 인해 “이 부회장에게 무시할 수 없는 지배력 강화를 가져왔다”고도 했다.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