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문건 발견

입력 2017-07-14 19:01 수정 2017-07-14 21:41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고 김영한 전 수석이 자필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왼쪽 사진)를 청와대가 14일 공개했다. 메모에는 세월호유가족대책위원회 대리기사 폭행 사건, 국정 역사 교과서 추진 반발 대응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메모 원본을 공개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민연금 의결권 등을 활용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지원을 논의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발견하고 이를 전격 공개했다. 문건에는 당시 민정수석실이 정유라씨 지원 및 블랙리스트 등에 연계된 문화·체육계와 교육계를 상대로 사찰·공작을 벌였다는 의혹도 담겨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들은 모두 이 부회장 등의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최순실 게이트’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증여·수수 혐의를 정조준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문건 약 300종이 지난 3일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 문건에는 관련 조항과 찬반 입장, 관련 언론 보도,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지침, 펜으로 쓴 메모 원본 및 다른 메모의 복사본, 청와대 업무용 메일을 출력한 문건 등이 포함됐다. 이 문건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을 검토한 내역이 포함돼 있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특히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기회로 활용’ 표현과 함께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 ‘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금산분리 원칙 규제 완화 지원’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의 오찬과 관련해 ‘경제입법 독소조항 개선방안’ 등의 문건도 발견됐다. 청와대는 이 메모 작성자가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았다.

문건에는 또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건전 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활용’ 등의 내용도 적시돼 있어 박근혜정부가 ‘이념전’에 치중한 흔적도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 검증을 시도한 내용도 있어 대규모 사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도 추가 발견됐다. 여기에는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반발 기류를 감안한 듯 ‘교육부 외 애국단체·우익단체 연합적으로 전사들을 조직’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문건에는 2014년 6월∼2015년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자료가 포함돼 있다.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에 임명돼 2015년 1월 민정수석으로 영전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근무기간과 상당 부분 겹친다.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 자료, 각종 현안 검토 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 문서(2013년 3월∼2015년 6월 작성)와 이명박정부 문건 1부(2013년 1월 작성)도 함께 발견됐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당시 박영수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문서들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청와대는 이를 감안해 문건 일부를 이날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은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경우 이를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문건들은 민정수석실 공간 재배치 도중 한 캐비닛에서 발견됐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