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기습 이사회’…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입력 2017-07-14 18:59 수정 2017-07-14 21:39
13일 경북 경주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 경주본사 로비에서 한수원 노조원 150여 명이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 집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이 14일 오전 호텔에서 ‘기습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공사 일시 중단에 반대해온 한수원 노조와 지역주민이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한수원 상임이사 6명과 비상임이사 7명은 이날 경주 스위트호텔에서 이사회를 열어 찬성 12명, 반대 1명으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일시 중단 결정을 내렸다. 한수원 이사회는 전날 경주 본사에서 개최하려던 이사회가 노조의 반발로 무산되자 장소를 호텔로 옮겨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공사 일시 중단 의결로 국무조정실의 공론화위원회 발족 시점부터 신고리 5, 6호기 공사는 3개월간 중단된다. 이 기간에 공론화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한수원은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 추후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단 원자로 건물 마지막 기초는 원자로 안전에 매우 중요해 품질확보 차원에서 이번 결정에 관계없이 공사를 계속해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이사회 절차를 거치긴 했지만 국가적 중요 안건을 기습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적잖은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노조는 성명서에서 “국가에너지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책임져야 할 정부가 대통령 의중이란 이유로 수십년간 신중하게 진행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 공사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시공사 및 하청업체들의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 역시 커질 전망이다. 신고리 5, 6호기는 공정률이 30%에 육박하고 공사비로 1조5000억원이 사용됐다. 공사와 관련해 한수원과 계약한 업체만 760여곳으로 지금까지 1만28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수원은 공사 일시 중단 중 기자재 보관, 건설현장 유지·관리, 협력사 손실비용 보전 등에 약 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손실비용 보전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협력사와 강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일시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서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은 공론화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공론화위원회의 3개월간 공론화 과정 후에는 시민배심원단이 공사 계속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공론화위를 9명으로 구성키로 하고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사회 개최 여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공론화를 통해 국민의 우려를 조속히 해소할 수 있다고 결론내리게 됐다”며 “이 같은 결정에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