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前 효성회장 퇴장… 36년만에 경영서 손뗀다

입력 2017-07-14 20:22

조석래(사진) 효성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다. 조 전 회장은 후진양성을 위한 조언자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효성은 조 전 회장이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효성 대표이사직을 14일 사임했다고 밝혔다. 1981년 효성그룹 회장에 취임하며 효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조 전 회장은 36년 만에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그가 효성에서 완전히 떠나는 것은 66년 동양나일론에 입사한 이후 51년 만이다. 1935년생인 조 전 회장은 지병인 심장 부정맥 증세 등으로 예전과 같이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회장의 퇴장은 장남인 조현준 효성 회장의 경영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해 말 조 전 회장에 이어 회장직을 맡아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효성 관계자는 “회사가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경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조현준 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았음을 강조했다. 이로써 효성은 1대 창업주 조홍제 회장, 2대 조 전 회장, 3대 조현준 회장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을 본격화하게 됐다.

공학도 출신인 조 전 회장은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경영인으로 꼽힌다. 또 격식을 싫어하고 실용을 중시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조 전 회장은 경제 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기술 개발력에 있다는 인식 아래 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고 2006년에는 효성기술원을 열었다. 기술투자는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에어백 원단 등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조 전 회장은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평소 수행비서를 대동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조 전 회장이 중국 출장에서 귀국하는 길에 마중 나온 임원들이 가방을 들어주려 하자 “내 가방은 내가 들 수 있고 당신들이 할 일은 이 가방에 전략을 가득 채워주는 것”이라고 말한 일화도 있다.

조 전 회장은 ‘민간경제외교관’으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한일경제협회 회장, 태평양연안경제협의회 회장,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조 전 회장은 향후 경제 외교에서 민간의 역할이 증대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직접 뛰며 ‘코리아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으면서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등 총 130일간 30회, 지구 7바퀴에 달하는 해외 출장을 다니기도 했다.

전경련 회장으로서는 정부와 재계의 소통 가교 역할을 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수도권 공장설립 규제 완화 등 당시 기업의 주요 현안이 조 전 회장 재임 시절 진행됐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교육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전경련 사회공헌대축제를 기업과 국민이 함께하는 행사로 자리 잡도록 하는 데 큰 관심을 가졌고,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는 ‘영리더스클럽’ 캠프도 만들었다.

조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후진 양성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효성은 “조 전 회장께서는 건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나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후진양성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