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국으로 초청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다시 한번 존재감을 뽐냈다. 전통의 동맹국들과 극심한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냉온 전략’을 번갈아 구사하며 세련된 조정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 정상은 13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테러 격퇴 등의 공동목표를 위해 협력하기로 하는 등 친선관계를 과시했다. 두 사람은 일부 의견 차이가 존재함을 인정하면서도 양국과 두 정상 간의 우정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파리기후협정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의 협정 탈퇴 번복 가능성을 내비쳐 주목을 받았다.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네 번째로 대면한 양국 정상은 이번엔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과 첫 만남에서 이를 앙다물 정도의 강렬한 악수로 주목을 받았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에는 여유 있게 미소를 머금고 악수를 나눴다. 양국 정상 부부는 에펠탑의 최고급 음식점 쥘 베른에서 만찬을 즐겼고 14일 샹젤리제 거리에서 열린 프랑스대혁명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에도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양 정상의 화기애애한 모습에 단호함과 부드러움을 적절히 섞어 상대를 대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접근법이 적중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포용력을 잃지 않는 그의 외교 스타일이 양국의 우호관계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간 ‘대서양동맹’의 추가 균열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두 정상 간의 케미스트리(관계의 궁합)가 제법 좋다”면서 죽이 척척 맞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천박한 언행 때문에 숱하게 구설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프랑스 방문에서도 초빙국 영부인에게 ‘부적절한 찬사’를 건네 입방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의 군사기념시설인 앵발리드를 함께 찾은 브리짓 마크롱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아름답다. (나이가 많은데도) 몸매가 참 좋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美·佛 정상회담] 능란한 마크롱, 트럼프도 녹였다
입력 2017-07-14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