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으로 별세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61)가 평생 사랑했던 부인 류샤(56)에게 마지막 남긴 말은 “잘 살아가오”였다.
류샤오보가 치료를 받던 랴오닝성 선양의 중국의과대학 제1부속 병원은 류샤오보가 13일 오후 5시35분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을 공개했다고 홍콩 명보가 14일 보도했다. 임종은 부인 류샤와 형 류샤오광, 동생 류샤오쉬안 등 가족이 지켰다. 간암 말기로 죽음을 예감한 류샤오보는 부인 장래를 위해 해외 이송 치료를 강력히 희망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마지막까지도 부인 걱정을 하며 애틋한 한마디를 남긴 것이다.
각국 지도자들과 인권단체들은 류샤오보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고 부인의 해외 출국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중국 정부는 류샤의 희망에 따라 그를 가택연금 상태에서 풀어주고 중국을 떠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류샤오보는 해외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허용됐어야 했다”면서 “류샤오보의 부인에 대한 모든 제한 조치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중국은 류샤의 거주 이동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에 “전 세계 중국 인권을 생각하는 이들과 우리는 모두 류샤오보의 별세에 헤아릴 수 없는 비통함을 느끼고 있다”고 추모사를 올렸다. 그는 “류샤오보의 ‘중국의 꿈’은 누구도 자유를 향한 사람의 욕구를 막을 수 없는 인권지상의 법치국가를 중국에서 실현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진정한 대국이 돼라”고 비판했다.
류샤오보의 바람대로 류샤가 중국을 떠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중국은 류샤오보의 사망 소식에 침묵했다. 중국 거의 모든 매체가 관련 소식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고, 웨이보와 웨이신 등 SNS에서도 ‘류샤오보’의 이름으로는 검색이 막혀 있다. 관영 신화통신과 CCTV 등이 영문으로만 류샤오보 사망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오히려 환구시보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류샤오보는 서방에 의해 길을 잃은 희생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은 류샤오보의 치료에 전념했지만 일부 서방 세력이 이슈를 정치적 방향으로 몰고 가 치료 문제를 인권 이슈로 과장했다”고 비난했다.
류샤오보 가족은 현재 연락이 차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대만 중앙통신은 중국 반체제 인사 원윈차오의 말을 빌려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의 시신을 즉각 화장해 바다에 뿌리라고 가족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샤오보를 대리해 온 미국의 인권변호사 제러드 겐서는 미 CNN방송에 “지난 48시간 동안 류샤와 모든 연락이 단절됐다”고 말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류샤오보 사망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범죄자는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중국은 류샤오보 사망과 관련해 (입장을 낸) 다른 나라에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고 주장했다. 또 류사의 출국 문제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잘 살아가오”… 류샤오보, 마지막 순간에도 부인 걱정
입력 2017-07-14 19:47 수정 2017-07-14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