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의 가치 되새기게 하는 류샤오보의 죽음

입력 2017-07-14 17:12
노벨 평화상을 받은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가 13일 결국 숨졌다. 2008년 랴오닝성 진저우교도소에 수감된 지 8년 만이다. 전 세계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중국 당국의 비인권적 처사를 비난하고 있다. 인간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인권은 인류가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1989년 중국 베이징 천안문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원이었던 류샤오보는 곧바로 귀국해 단식투쟁을 벌였다. 시위대가 군인에게 강제로 해산된 뒤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됐던 그는 이후 투옥과 석방을 반복하는 삶을 살았다. 류샤오보의 주장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에 불과했다. 2008년 국가전복선동죄로 징역 11년을 받은 이유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요구한 성명서 ‘08헌장’에 서명했다는 것이었다.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중국 당국은 수상 소식을 알린 아내 류샤를 가택연금하고 노벨 평화상 주관국 노르웨이에 무역보복을 가했다. 지금도 언론과 SNS를 통제하고 국제적 비난을 내정간섭이라며 묵살하고 있다. 정치체제와 이념이 다른 점은 인정하지만 인류보편의 가치에 반해 인권을 탄압하는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중국은 21세기 들어 도광양회(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른다)에서 벗어나 굴기(산이 우뚝 솟은 모양)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약육강식의 국제질서를 대신할 도덕적 국가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고 오랜 역사를 앞세워 국제무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류샤오보의 죽음에서 드러난 것처럼 인류 공동의 가치를 계속 부정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벌어졌던 인권탄압의 어두운 그늘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한 우리도 명심해야 할 명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