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수원 ‘비밀 이사회’… 탈원전 정당성 확보 어렵다

입력 2017-07-14 17:12
한국수력원자력이 14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전격 의결했다. 전날 본사에서 열기로 했던 이사회가 노조와 공사 현장 주민의 반대로 무산되자 기습적으로 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결정한 것이다. 사실 이날 이사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추인하는 법적 절차로, 결론이 내려진 하나마나한 회의였다. 그렇더라도 군사작전 하듯 비밀리에 처리할 일은 아니다.

한수원 측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으나 직접 관계자 설득 및 논의 과정을 배제하고 이사회를 기습적으로 개최한 뒤 졸속 결정을 내린 것은 누가 봐도 옳지 않다. 원전에 대한 생각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반대도 나름 논리가 있고, 찬성 또한 일리가 있다. 다만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시간을 두고 심도 깊이 논의한 뒤 결정해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원전 문제가 딱 여기에 해당한다. 노조 측은 “국가 중요 정책을 졸속적인 도둑이사회로 결정한 것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면서 “효력정지 가처분과 함께 배임 혐의 등으로 민·형사상 고발을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선 절차적 문제를 강조하며 발목을 잡았던 정부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과 관련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전형적 자기중심적 사고로, 앞뒤 맞지 않은 정부의 태도를 국민들은 어떻게 인식할까. 대통령 한 마디에 국가 에너지 정책이 바뀌고, 한수원 이사회가 마치 도둑질하듯 회의를 열고 추인한 것은 ‘거수기’였음을 자인하는 행태다. 정부와 한수원의 이런 일처리는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하게 될 시민배심원단 결정에 대해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고, 결국 국민적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래선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고 정당성도 확보하기 힘들다. 모든 책임은 정부와 한수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