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국회… ‘청와대 대리사과’에 출구 찾은 추경 처리

입력 2017-07-14 05:02

국회 정상화를 이끌어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3일 청와대와 국회를 오가며 숨 가쁜 하루를 보냈다.

우 원내대표가 여야청 삼각 방정식 해법을 마련한 것은 12일 늦은 오후였다. 우 원내대표는 “진정성 없는 언론플레이에 질렸다”는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끝까지 설득해 ‘청와대 대리 사과’라는 절충안을 만들어냈다. 우 원내대표와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오후 늦게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도 직접 만나 세부사항을 조율했다. 삼자 간 접점이 마련되자 청와대는 13일 오전 임 실장을 국회로 보냈다. 전 수석도 국회로 출발하기에 앞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에게 “추경안의 시급한 처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이 의지가 확고하니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임 실장은 정오 무렵 전 수석과 함께 박 비대위원장을 만나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인한 국회 파행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총에서 “청와대가 추 대표 발언이 잘못됐다며 사실상 사과하고 유감 표명을 했다”며 임 실장 발언을 전했다. 임 실장은 추 대표 발언과 관련해 “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을 조성했는지 청와대로선 알 수 없다. 국민의당에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다.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고 박 비대위원장은 전했다. 임 실장은 또 제보조작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에선 ‘수사 개입을 해선 안 된다’고 단연코 이야기한다”며 “정치권이 이것(제보조작 사건)의 시시비비를 다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추 대표가 사실상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는 국민의당 주장에 적극 해명한 셈이다.

국민의당이 협조 입장을 밝히자 우 원내대표는 즉각 청와대를 찾아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야당의 입장과 당내 의견 등 국회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 달라고 건의했다”며 “문 대통령은 숙고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임 실장은 추 대표에 대해 언급한 바가 전혀 없다”며 “경위를 떠나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이 조성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으로 정치적 위기에 놓인 국민의당은 추 대표 사과보다 정치적 의미가 큰 청와대의 사과를 받아내고,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자진 사퇴하게 해 충분한 명분을 살렸다는 평가다. 민주당도 추경안 심사 개시라는 실리를 챙겼다. 또 국민의당이 향후 정국에서도 협조할 경우 추경안은 물론 향후 여당이 추진하는 각종 입법 과정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청와대와 국민의당이 직접 갈등 상황 해결에 나서면서 추 대표는 고립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당 지도부는 추 대표와 청와대가 충분히 사전 조율했다고 설명했지만 당내에서는 추 대표의 완고한 입장이 여당의 입지를 축소시켰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추 대표 발언 때문에 생긴 갈등을 청와대가 대신 사과한다는 것은 청와대가 추 대표를 불신임하겠다는 뜻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초선 의원도 “이렇게 되면 앞으로 야당, 특히 국민의당이 청와대와 직접 딜을 할 텐데 추 대표가 ‘추미애 패싱’(주요 현안에서 추 대표가 제외되는 현상)을 자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글=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