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돌발행동 왜… 마이웨이? 檢의 회유?

입력 2017-07-14 05:00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모습. 정씨는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깜짝 출석해 어머니 최씨 등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윤성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깜짝 등장해 어머니 최순실(61)씨 등의 주장을 흔드는 증언을 쏟아낸 정유라(21)씨의 증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최씨가 벌인 국정농단의 최대 수혜자라는 멍에에서 한발 비켜나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의사 표시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미 검찰에서 한 진술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터라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부회장 재판이 열린 지난 12일 새벽 정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측에 “증인으로 나갈 테니 이동 수단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씨는 이날 아침 서울 강남구 미승빌딩에 도착한 특검팀 승합차를 타고 모처에서 대기했다. 오전 8시19분에는 수사관 앞에서 변호인인 권영광 변호사에게 ‘밤새 고민해 봤는데 오늘 증인으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또 다른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권 변호사가 문자를 받은 시간은 정씨가 법정에 있던 오전 10시23분”이라며 문자메시지 화면을 캡처해 언론에 돌렸다. 그러나 특검 측은 이 사진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오전 10시 법정에 나타난 정씨는 최근 검찰에서 4차례 조사를 받으며 진술한 내용을 그대로 증언했다. 그는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았고, 조사 과정은 모두 영상 녹화됐다고 한다. 정씨가 증언을 마치자 최씨 측 변호인 오태희 변호사는 언론 등에 “정씨 행동은 살모사 같은 것”이라며 비난 발언을 했다. 그만큼 정씨 증언 내용이 최씨 측에서 보기에 곤혹스러울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최씨 역시 정씨의 증언 사실을 듣고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되자 최씨 측은 “특검의 증인 신청은 정도(正道)가 아니다”며 반발했었다. 하지만 정씨는 “생각해 보겠다”며 출석 여부를 고심해 왔다고 한다.

정씨가 증언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이미 조사를 받으면서 어느 정도 무너진 측면이 있다”며 “조서 내용이 법정에 현출되는 상황에서 위증 처벌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내용을 부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진술이 조서로 남겨져 있고, 향후 본인의 수사·재판도 예고된 상황에서 정씨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씨 측 변호인들은 검찰의 회유·압박설을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 등을 빌미로 검찰이 정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얘기다. 또 신체·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황에서 이뤄진 정씨 진술 내용은 오염됐다며 “향후 진정한 자유 진술로 검증돼야 한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 통제도 따르지 않는 정씨가 우리 말은 듣겠느냐. 검찰이 뭔가를 시도했다면 정씨가 아마 법정에 가서 그대로 (검찰이 회유를 시도했다고) 말했을 것”이라며 회유설을 일축했다. 이어 “변호사가 법적 조언을 해줄 수는 있지만, 의뢰인이 출석해서 증언하는 걸 막겠다는 게 오히려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글=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