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FTA 페달’ 밟기 시작… 우린 선장도 없다

입력 2017-07-14 05:02

미국이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을 요청하면서 재협상에 속도를 내자 정부는 다급해졌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카운터파트로 협상을 이끌어야 할 통상교섭본부는 현재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출범하지 못한 상태다. 공동위원회에서 양국이 한·미 FTA 개정이나 수정에 합의해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속한 시일 내 국장급 관계관을 미국에 보내 USTR 측과 구체적인 의제와 개최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미 FTA 협정문 제22.2조에는 당사자 중 한쪽에서 특별회기 소집을 요구하면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에 공동위원회 개최에 응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산업부 내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보니 한국 측 공동의장인 통상교섭본부장도 없다.

정부는 USTR에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해 일정을 미루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일단 공동위원회가 열리면 양국은 협정 개정 여부를 검토한다. 협정문 22.2조 7항에 따라 양 당사국이 합의(컨센서스)하면 개정 협상은 국내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한국은 통상절차법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통상조약 체결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 내 의사결정 협의체를 통해 계획을 결정한 뒤 국회에 보고하면 개정 협상 개시가 선언된다.

미국도 무역촉진권한(TPA)법에 따라 의회와 협의해야 한다. 협상 개시 90일 전 의회에 통보해야 하고 어떤 나라와 어떤 목적, 내용으로 무역 협정을 개시할 의향이 있다는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 이후 상·하원이 이해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듣고 공청회를 가진 뒤 USTR과 협의한다. 이후 개시 30일 전 협상 목표를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패스트트랙 권한(통상교섭을 일괄하여 수행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권한)을 획득할 필요가 없는 방식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원들과 재협상 목표를 협의하면 의회가 단순 찬반 투표만으로 이를 허용하는 방식을 추진할 것이라는 것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