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비둘기 옐런”… 코스피 ‘2400’ 지붕 뚫고 날았다

입력 2017-07-14 05:01
코스피지수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2400시대를 활짝 열었다. 13일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코스피지수 종가인 ‘2409.49’가 찍힌 전광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연말까지 2600을 기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앞다퉈 내놓았다. 김지훈 기자
“현재 금리를 중립 금리(이상적 금리) 수준에 맞추기 위해 훨씬 더 올릴 필요는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2일(현지시간) 모처럼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을 내놓자 세계 주요 증시가 활짝 웃었다. 코스피지수는 13일 17.72포인트(0.74%) 오른 2409.49로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코스피가 연말에 2600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미 연준의 긴축 불안감에서 벗어난 외국인 매수세가 이끌었다. 장 초반 2400을 뛰어넘은 채 출발해 2422.26까지 치솟기도 했다. 외국인은 3691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이 1776억원, 개인은 2436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1.36% 오른 25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쳐 나흘 연속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는 처음으로 7만원을 돌파한 7만600원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5일 만에 상승, 652.69로 장을 마쳤다. 전날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화는 강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8원 내린 1136.3원에 마감했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자금의 한국 증시 유입에 유리한 환경이다. 국고채 금리도 내리면서 주가지수·원화가치·채권가격이 함께 오르는 ‘트리플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은 기준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하겠다는 기존 연준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 회복 자신감도 여전했다. 다만 시장에선 옐런이 과거처럼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데 주목했다. 물가 부진이 계속되면 정책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도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졌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금리를 올려도 상단을 제한하고 속도도 더디게 하겠다는 의미”라며 “하반기에는 완만하고 안전하게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코스피시장에서는 미국의 긴축이 본격화하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교보증권 김형렬 매크로팀장은 “2분기 삼성전자의 놀라운 실적에도 불구하고 긴축 경계감이 이를 압도하는 분위기였다”며 “옐런의 발언이 투자자들의 스트레스를 벗겨내 시장이 탄력적으로 올랐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확률을 종전 20%에서 10%로 낮추고, 12월 인상 확률을 50%에서 55%로 늘렸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9월 금리 인상이 힘들다면 달러 강세 기대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하반기에 코스피지수의 대세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신한금융투자 안현국 연구원은 “코스피는 아직 가치가 적정 수준”이라며 “지난 6월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코스피 시가총액 비율(93.4%)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97.3%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팀장은 “과열 부담에 조정이 올 수 있지만 시장을 바라만 봤던 투자자들이 진입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요구 등 대외 리스크는 변수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자동차, 철강, 기계 업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당장 한국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행진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