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과 수정 가능성을 포함한 협정 운영 상황을 검토하자며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을 요구했지만 재협상 요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FTA 협정문을 개정하거나 수정하려면 양국 합의가 필요한 만큼 공동위원회에서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정책국장은 13일 “미국이 산업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심각한 대(對)한국 무역적자를 지적하면서 특별회기 소집을 요청했다”며 “매년 한 번 공동위원회가 열렸는데 특별회기를 소집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요구할 게 많다”며 “당당하게 요구할 건 요구하면서 위원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위원회는 협정의 이행을 감독하는 것은 물론 협정의 해석이나 적용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분쟁 해결을 논의하는 기구다.
일단 정부는 USTR이 협정 전체를 뒤집는 수준인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신 FTA 조문상의 용어인 ‘개정(amendment)’, ‘수정(modification)’이라는 단어와 ‘후속협상(follow-up)’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USTR이 서한에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치임을 분명히 한 만큼 사실상 재협상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을 언급한 바 있다.
산업부는 미국이 대(對)한국 무역적자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한·미 FTA 개정 협상 개시를 제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자동차는 비관세 장벽 등으로 한국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많고 한국산 철강제품은 값싼 중국산 철강으로 제품을 만들어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사실상 ‘우회 덤핑’이라고 지적했다.
무역적자 보고서를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수도 있다. 지난달 말 발표하려던 한국 등 16개국에 대한 무역적자 보고서는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발표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긍정적 효과가 컸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정과 개정의 ‘무용론’을 강조할 계획이다. 한·미 FTA의 잘못된 부분을 같이 검토해보자는 제안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 워싱턴 특파원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측에 한·미 FTA 시행효과를 공동으로 조사해 양국 간 무역 불균형 원인을 따져볼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한·미 FTA를 개정하거나 수정하려면 양국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활용할 계획이다. 개정이나 수정을 하지 않고도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지적해 온 자동차나 철강제품 외에도 예측 불가능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예상보다 빨리 온 ‘FTA 청구서’… 정부 “따질 것 따진다”
입력 2017-07-14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