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0.1% 정도다. 반면 중소기업이 영세기업으로 전락하는 현상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한 하청 구조가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불합리한 납품단가 인하를 근본적으로 막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기업 중 5인 이하 영세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의 비중은 1990년 42.7%에서 2014년 49.9%로 늘었다. 같은 기간 소기업 비중은 36.1%에서 34.5%로, 중기업 비중은 17.0%에서 13.6%로 줄었다. 매출 하락에 따른 인원 감축으로 소기업이나 중기업이 영세기업으로 편입되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중소기업 분류를 사업체별 종사자 수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바꾼 2015년 이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40% 정도가 연평균 5000만원도 벌지 못하는 영세기업이다.
반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까지 성장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영세한 소상공인에서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사업체는 매년 1%가 채 안 된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가는 경우는 더 적다. KDI는 매년 0.1% 정도만 대기업으로 진입하는 문턱을 넘는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청 구조 고착화에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중견기업협회 대표자들과 만나 다수의 중소기업이 소수 대기업과 거래하는 수요 독과점 산업 구조를 지적했다. 대기업은 한정돼 있고 하도급을 원하는 중소기업은 넘쳐나면서 둘 사이에 대등한 계약관계를 맺지 못하고 불합리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계약관계 때문에 수익을 대기업이 독점하면서 중소기업의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소기업의 생산성지수는 1990년 35.2에서 2014년 22.1로 낮아졌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지수도 같은 기간 57.1에서 34.3으로 급락했다.
공정위는 최저임금 인상 등 외부적 요인을 이유로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올릴 경우 하청 중소기업과 조정·협의를 거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과 대등한 지위에서 거래 단가나 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는 ‘을’ 보호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재도약에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中企의 눈물… 0.1%만 대기업 성장, 영세기업 전락 빨라져
입력 2017-07-14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