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리사과’에 출구 찾은 추경 처리

입력 2017-07-13 20:58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전 대표와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을 의식한 듯한 제스처를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청와대와 여당 원내 사령탑의 합작으로 7월 임시국회 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에 물꼬가 트였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이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국민의당 지도부 설득에 매달린 결과다. 임 비서실장은 국회로 국민의당 지도부를 찾아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 등에 유감을 표명했다. 국민의당은 청와대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에 참여하고 인사청문회 등 국회 의사일정에 복귀하기로 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임 비서실장을 만난 뒤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총에서 “청와대가 추 대표 발언이 잘못됐다며 사실상 사과하고 유감 표명을 했다”면서 임 비서실장 발언을 전했다. 임 비서실장은 추 대표 발언과 관련해 “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을 조성했는지 청와대로선 알 수 없다. 국민의당에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다.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고 박 비대위원장은 전했다.

임 실장은 또 제보 조작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에선 ‘수사 개입을 해선 안 된다’고 단연코 이야기한다”며 “수사의 걸림돌이 되는 일체의 언행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고려가 배려돼선 절대 안 된다. 정치권이 이것(제보 조작 사건)의 시시비비를 다툴 일이 전혀 아니다”며 “검찰에 맡겨 엄정한 수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가 사실상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는 국민의당 주장에 적극 해명한 셈이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후 기자들과 만나 “임 실장은 추 대표에 대해 언급한 바 전혀 없다”며 “경위를 떠나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이 조성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갑론을박 끝에 추경 심사에 협조한다는 당론을 정했다. 국민의당에 사과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추 대표에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히는 성과를 얻었다는 판단에서다. 제보 조작 사건 여파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역풍 우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의총장을 빠져나가며 “대통령도 못 말리는 언컨트롤러블(통제불능)한 추 대표에게 굉장한 정치적 데미지가 갈 것”이라고 했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청와대, 여당 원내 지도부가 추 대표에게 직접 나서라고 해도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직접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민의당은 송영무(국방부)·조대엽(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입장은 고수키로 했다. 보수 야당은 두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 대응을 지켜보고 추경안 심사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인사 문제에 대해 사과할 경우 두 후보자 중 한 사람만 지명 철회하는 선에서 추경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정당은 14일 의원 전체회의를 열고 추경 심사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글=김경택 이종선 기자 ptyx@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