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테헤란한인교회, 정부 박해로 쫓겨날 위기

입력 2017-07-14 00:00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내에 위치한 테헤란한인교회 전경. 최근 이란 정부의 조직적인 압력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테헤란한인교회 제공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 이란에서 유일한 복음주의 교회로 43년간 사역해온 테헤란한인교회(김병조 목사)가 최근 이란 정부의 압력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이란 정부로부터 교인 명단을 제출하라는 요구까지 받아 주권 및 인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테헤란한인교회는 로마가톨릭교회, 독일루터교회와 함께 이란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외국인 종교기관 중 하나다.

13일 테헤란한인교회에 따르면 이란 종교성은 지난 2월 초 현재 사용 중인 곳에서 퇴거해 다른 종교시설로 가야 한다며 독일교회로 이주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독일교회는 임차한 건물이 아닌 독일루터교회 교단의 순수한 자산으로 등록돼 있다며 이주를 사실상 거부했다.

테헤란한인교회는 이란 정부에 독일교회의 거부 사실을 통보했고 교회가 예배를 드릴만한 다른 장소를 찾아달라고 이란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이전만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외국인이 임의로 부동산을 구입해 종교시설로 사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란 정부에서 종교 시설을 마련해줘야 교회가 안정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다. 대안도 없이 이전만 하라는 압박은 사실상 교회 문을 닫으라는 요구와 같다. 테헤란한인교회는 그동안 미국 북장로회가 세운 베드로교회를 임차해 사용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정보부 관계자들은 지난 5월 29일 교회가 사용 중인 건물 내부와 사무실, 창고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모든 신자들의 명단을 제출하고 한국 국적자는 여권 사본, 이란 국적자는 이란 신분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교회 측은 “테헤란한인교회는 현지 실정법에 위배되는 행위는 일체 하지 않았고 한인들만을 위한 종교활동을 해왔다”며 “불법행위가 없는 데도 영장 없이 개인 사무실과 종교활동 장소를 압수수색한 것은 대한민국 재외국민의 주권과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명단 제출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법률상 개인정보를 제출하거나 이용하는 것은 심각한 실정법 위반이기에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교회 신자들의 개인정보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5월 초 비자가 만료된 담임목사의 비자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강제 추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회 신자들과 교민들은 담임목사의 비자 연장 거부는 교회 설립 역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란 정부의 한인교회 압박 이유는 교인들 중에 이란 국적자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이란인과 결혼한 교민들로 이란 정보국은 “그들은 한국 출신이어도 이란 국적자다. 교회에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수년 전부터 밝혀왔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시아파 외의 타종교 포교행위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자국민들의 종교활동도 철저히 감시해왔다. 현지 이란인교회는 모두 폐쇄된 상황이며 지하교회도 극심한 감시를 받고 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 측은 이번 일과 관련해 12일 이란 정부 관계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헤란한인교회는 1974년 8월 15일 창립돼 한인들의 신앙 터전을 일궈왔다. 이란 전체 교민 300여명 중 3분의 1이 출석할 정도로 한인 커뮤니티의 중심이 돼왔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