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통과하면 새 정부 첫해 성장률 3% 달성도 가능

입력 2017-07-14 05:05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는 연 1.25%로 동결했다. 이번 회의는 한은이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건물로 임시 이전한 뒤 처음 열렸다. 곽경근 선임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올려 잡았다.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효과를 빼고 계산한 수치다.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해 집행된다면 성장률을 0.2% 포인트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새 정부 첫해에 3%대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8%와 2.9%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0.1% 포인트 올린 뒤, 석 달 만에 다시 0.2% 포인트 추가로 높인 것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기대보다 좋은 1.1%였고, 2분기에도 수출·설비투자 호조세가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주춤했던 민간소비도 소비심리 개선에 힘입어 점차 회복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의 현재 상황을 ‘견실한 성장세’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즐겨 사용했던 ‘완만한 회복세’란 용어를 바꿨다. 한은의 경기 인식이 한발 더 긍정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성장 기여도 측면에서 수출은 0.6% 포인트, 내수는 2.2% 포인트로 조사됐다. 지난해와 견줘 내수 기여도가 0.1% 포인트 떨어진 반면 수출 기여도는 0.1% 포인트 올라갔다.

분야별로는 민간소비가 소비심리 호조, 임금소득 개선에 힘입어 2.2%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설비투자 역시 글로벌 경기 및 IT 업황 호전으로 9.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6.5%로 2016년 이후 착공면적 감소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10.7%)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자 수는 올해 36만명 증가해 지난해 증가폭(30만명)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경로에 놓인 최대 복병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하반기 경제전망을 별도로 발표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여파가 4월 전망 때보다 더 커져 사드 영향이 올해 성장률을 0.3% 포인트 떨어뜨리는 것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기준금리 인상, 북핵과 함께 대표적 하방 리스크로 꼽혔다.

한편 경제성장률의 회복세와는 대조적으로 잠재성장률은 2%대로 추락했다. 전승철 한은 부총재보는 “2016∼2020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2.8∼2.9%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은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를 오롯이 투입해 물가상승 없이 뽑아낼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준다. 경제성장률은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지표다.

한은이 잠재성장률 2%대 하락을 공식화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4.8∼5.2%, 2006∼2010년 3.7∼3.9%, 2010∼2015년 3.0∼3.4%로 추산됐다. 물가상승 등 부작용 없이 3%대 성장률을 달성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전 부총재보는 “고령화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더 빠르게 하락할 위험이 있다”며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