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피 중인 중국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회장과 중국 정부의 난타전이 점입가경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사진) 중앙기율위 서기 비리 의혹을 폭로한 궈원구이를 향해 중국 정부가 관영 언론을 동원해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있다. 궈원구이도 트위터를 통해 건재를 과시하며 재반격에 나섰다.
1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궈원구이는 미국 뉴욕 맨해튼 파크애비뉴 432의 호화 아파트에서 “최근 구입한 새집”이라며 주변을 촬영한 영상을 1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뉴욕 센트럴파크와 유엔 건물, 자유의 여신상 등을 보여주던 궈원구이는 “길 건너가 HNA와 왕치산의 초호화 아파트”라고 말했다. 하이난항공 등이 속한 하이항(HNA)그룹은 궈원구이가 왕치산 일가와 밀접한 관계라고 폭로했던 회사다.
궈원구이는 또 미국의소리(VOA) 방송 중문판과의 인터뷰에서는 “중국에 의존해 대북제재를 시행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미친 짓(madness)”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과 중국 사이 모든 무역은 지도부 가족의 친척들이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은 중국의 북핵 책임론을 거론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북핵 문제의 핵심은 북·미 간 갈등”이라며 물러서지 않는 중국에는 아픈 발언일 수 있다.
궈원구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동시다발적 압박도 이어졌다. 중국 당국의 선전전으로 보이는 궈원구이의 비리 의혹 폭로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새로 공개됐다. 이 중 휴대전화 통화 녹음 파일에는 궈원구이가 중국 민항총국 관제사를 지낸 쑹쥔에게 하이난항공 탑승객과 중동, 서방의 정계 거물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궈원구이가 폭로한 의혹 자료들이 불법적으로 얻어진 것임을 드러내기 위한 차원이다.
중국 당국은 또 궈원구이의 조카딸이 포함된 회사 임직원들을 사기대출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세워 궈원구이의 입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12일 허난 카이펑 중급인민법원 재판에서 궈원구이가 지배주주인 위다부동산 재무총감 장신청은 궈원구이의 지시로 7개 은행으로부터 14억9500만 위안(약 2500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신화통신 등은 궈원구이에 대해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저지르는 악마와 같다”는 증언을 집중 부각했다.
중국 당국의 궈원구이 공격은 지도부 개편이 이뤄질 올가을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19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 연임과 함께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던 왕치산은 궈원구이의 폭로로 정치적 입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궈원구이는 2014년 중국 부자연구소 후룬의 부자순위에서 155억 위안(약 2조6000억원)의 자산으로 중국 부자 74위에도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하지만 2013년 12월 중국을 떠난 뒤 2014년 4월부터 뇌물 혐의로 중국 당국의 수배를 받아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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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도피 중국 재벌, ‘시진핑 오른팔’ 부패 폭로
입력 2017-07-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