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對)미국 무역수지 흑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흑자 감소폭이 커졌다. 그러나 2015년까지만 해도 대미 흑자는 꾸준히 증가했었다. 이 때문에 FTA의 효과와 무역수지를 평가하는 한·미의 시각이 엇갈린다. 우리로서는 보다 정교하게 재협상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8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1억5000만 달러 흑자보다 49억9000만 달러(37.9%) 줄어든 수치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소폭 감소한 반면 수입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올 들어 6월까지 대미 수출은 340억5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0.9% 줄었지만 대미 수입은 258억9100만 달러로 22.1%나 늘었다.
품목별로는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와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이 올해 들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올해 반도체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미국산 제조장비 수입이 늘었다. 미국산 LPG는 중동산 대비 수입단가가 낮은 데다 국내 업계의 수입시장 다변화 노력으로 수입물량이 증가했다.
반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부품 포함) 부문 미국 수출은 크게 줄었다. 농축산물과 정밀기계 분야는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최근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 감소를 한·미 FTA 재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 규모는 FTA 발효 이후 크게 늘었다. FTA가 발효되기 직전 해인 2011년만 해도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는 116억3900만 달러 정도였다. 그러나 적자는 매년 늘어 2015년에는 258억8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무역수지와 별도로 상대국 수입시장 점유율을 보면 FTA가 한·미 모두에 이득으로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FTA 발효 이후 꾸준히 확대돼 2016년까지 5년간 0.62% 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8.50%에서 10.64%로 2.14% 포인트 올라 상승폭이 더 컸다.
이는 전 세계적인 경기위축에도 한·미 교역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교역은 13.0% 감소하는 부진을 겪었지만 한·미 교역 규모는 12.1% 늘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한·미 FTA 불공정? 對美 무역흑자 상승세 꺾였다
입력 2017-07-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