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수원 이사회 무산… 원전 정책 재검토하라

입력 2017-07-13 18:14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13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중단한다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노조와 원전 공사 현장 주민들의 반발로 파행을 거듭하다 무산을 선언했다. 원전 정책에 대한 극단의 시각이 첨예하게 맞서 있고, 옳고 그름을 떠나 갈등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갈등이 큰 사안일수록 더 광범위한 토론과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또는 개인적 소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밀어붙여서도 안 될 뿐더러 그래선 성공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의 경우 사회적 갈등비용 등을 감안하면 정책 결정만큼이나 공론화를 통한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우리보다 훨씬 좋은 에너지 수급 여건을 갖춘 독일과 스위스도 탈원전 결정에 앞서 30년 안팎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탈원전 정책은 졸속으로 결정된 측면이 없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탈원전을 공약했고 당선 이후 관련 절차를 전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깨끗하면서도 환경 파괴가 없는 안전한 에너지 체계를 갖추자는 것인데 누가 반대할 것인가. 미래의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으나 친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당위론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원자력의 장단점과 에너지 수급 상황 및 여건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리든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수습과 안보적 측면 모두를 고려하고 국민적 합의를 최대한 이끌어내야 하는 사안이다.

특히 국가 에너지 정책은 안보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일방적 추진이 아닌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그것도 단 20분간 만의 토론으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 상식에서 어긋난다. 비전문가 중심의 형식적 공론화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운전면허 없는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것과 같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런 식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섣부른 판단과 성급한 결정은 국가의 미래를 위기 속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