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외면하는 국립재활원… 급여환자 ‘홀대’

입력 2017-07-14 05:00

장애인 환자의 재활을 책임지는 공적 의료기관인 국립재활원이 최근 2년간 국가 지원을 받는 의료급여 입원 환자를 규정보다 적게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의 공공성을 지켜야 할 국립재활원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재활원은 주로 뇌신경질환, 척추손상 등으로 수술 후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를 맡고 있다. 환자 중에는 건강보험 가입자도 있지만 국고와 지방세로 지원받는 취약계층도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국립재활원은 급여 환자의 진료를 보장하기 위해 건보 환자 비율이 총 입원환자의 70%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3일 복지부 감사 결과 2015∼2016년 2년간 국립재활원 환자의 입·퇴원 현황을 보면 건보 환자의 비중이 83.5%로 규정을 훨씬 웃돌았다. 의료급여 환자는 7%에 불과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전체 입원환자 8만6327명 중 83.5%(7만2068명)가 건보 환자였고, 급여 환자는 7.1%(6123명)였다. 나머지 9.4%(8136명)는 자동차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일반보험 환자 등이었다. 지난해에도 전체 환자 9만308명 중 83.5%(7만5390명)가 건보 환자였고, 급여 환자는 7.2%(6484명)에 그쳤다.

이에 대해 국립재활원 측은 “간병비와 비급여 진료 등 환자 본인의 치료 부담금이 많고, 사립 병원이 많아지면서 급여 환자가 줄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에서는 건보 환자와 급여 환자를 차등적으로 입·퇴원시킨 정황도 포착됐다. 입원을 원하는 날짜가 같을 경우 급여 환자는 건보 환자에 비해 늦게 입원하는 사례가 7건 발생했다.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94일까지 차이가 났다.

이는 입원 우선순위를 급성기 환자, 의료급여환자, 보험·일반 환자 순으로 받게끔 명시하고 있는 규정과도 맞지 않다. 복지부는 “규정에 따라 급여 환자의 입원 비중을 상향 조정하고, 우선 입원을 위한 적정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동안 병원들이 ‘돈 안 되는’ 급여 환자를 보험 환자와 차별한다는 논란은 계속돼 왔다. 지난 2월에는 경기도립정신병원이 보험 환자에게는 새 밥을 주고, 급여 환자는 남은 밥을 다시 찐 밥을 주다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중단 권고를 받았다. 2015년에도 정신질환 의료급여환자들이 차별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하루 의료비 한도가 정해져 있는 급여 환자들은 전문의 상담은커녕 제대로 된 약을 처방받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보험·급여 환자에 관계없이 근본적으로 환자의 자가 재활이 가능하도록 공적 재활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병원 공공의료보건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권용진 교수는 “공공의료서비스 발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재활체계 재정립”이라며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지 않고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집 안에서, 지역사회 안에서 재활해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