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다. 한국갤럽 7월 첫 주 여론조사에 나타난 20대 유권자 성적표다. 국민의당 3%, 정의당 6%보다 못하다. 5·9대선 이후 20대 지지율이 5%를 넘은 적이 없다. 평균 지지율은 3%다. 1년 전 이맘때는 17%였다. 30대 지지율도 엇비슷하다. 국회의원 107명이 존재하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초라한 현주소다. 당명 변경 사실조차 모르는 20대도 수두룩하다. 이 정도면 악플을 넘어 가장 무섭다는 무플 수준이다. 그들은 한국당을 ‘구리다’고 한다. 스타일과 생각 모든 게 싫다는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자신들이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되고, 총선과 대선에서 연패했다. 그런데 사과하는 이도, 책임지겠다는 이도 없다. 대선에서 참패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대선 후보가 당대표로 돌아왔다. 여전히 해묵은 색깔론을 들고서다. 발목잡기식 대여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측근 요직 심기에 여념이 없다. 변한 게 없다. ‘태극기 시위대’를 의병이라고 칭한 인물이 혁신위원장이 됐다. 일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억울하다”였다. 사무총장은 대놓고 친박 솎아내기를 반대한다. 의원들은 107가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려움이 보이지 않는다. ‘TK(대구·경북)’ ‘60대 이상’ ‘강경 보수(또는 극우)’라는 3대 틀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이유 불문하고 언제나 내 편인 마누라 품속에서 웰빙을 즐기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실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하니 20, 30대에겐 ‘노답 꼴통’일 수밖에 없다.
1993년 6월로 가보자. 이건희 삼성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었다. 사장단을 긴급 호출했다. “회장인 나부터 바뀌겠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했다. 프랑크푸르트 신(新)경영선언이다. 외국 백화점과 할인점 구석에 처박혀 먼지가 쌓여 있는 삼성 제품을 본 뒤였다. 24년이 흘렀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세계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무려 14조원이다. 영업이익률도 처음 20%를 넘었다. 인텔과 애플까지 제쳤다. ‘국내 1위’에서 하루 1521억원, 시간당 63억4000만원을 버는 초우량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했다.
다음은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다. 2005년 보수당은 노동당에 총선 3연패를 당했다. 당 원로들은 39세 청년 지도자 캐머런 전 총리를 발굴했다. 그는 과거지향적이던 당을 과감히 현대화했다. 이를 통해 2010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13년 만의 재집권이었다. 최근 한국을 찾았다. 강연에서 “지키고자 한다면 변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주의도 시대 변화를 인식하고 변해야 유권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극우는 잠시 기분이 좋고 한 번쯤 이길 순 있지만 결국 국민들로부터 멀어질 뿐”이라고도 했다.
93년 이 회장과 2005년 캐머런 전 총리의 공통점은 절박감이었을 것이다. 그대로 가다간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이다. 공통의 선택은 혁명 수준의 혁신이었다.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이대로 가면 정당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희망의 끈이라도 이어줘야 한다. 보수층을 생각하는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 보수 정치는 실패했다는 인식에서부터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혁신은 가혹해야 한다. 그래야만 떠난 보수층을 다시 모을 기회라도 생긴다.
과제는 뚜렷하다. 첫째, 낡은 보수와의 결별이다. 종북몰이식 정치는 철 지난 지 오래다. ‘TK, 60대 이상, 강경 보수’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수구 정당 이미지를 갖곤 마운드에 설 수도 없다. 둘째는 2017년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물갈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공동 책임이 있는 인물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화합을 들먹이기엔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길고 어둡다. 그래서 생기는 빈 공간에는 새 인물을 대거 수혈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20대 지지율 ‘0%’ 시대는 금방 온다. ‘TK 자민련’으로의 추락과 함께다.
김영석 논설위원 yskim@kmib.co.kr
[여의춘추-김영석] ‘TK, 60대, 강경 보수’ 틀 벗어던져라
입력 2017-07-13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