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59조’ 法의 사각지대…졸음운전 참사·집배원 과로사 불렀다

입력 2017-07-13 05:00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7중 추돌사고가 발생하면서 ‘무제한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근로기준법 제59조가 도마에 올랐다. 해당 조항 때문에 버스기사를 포함한 일부 근로자들이 살인적인 근무환경에 노출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사업장 내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정해두고 있다. 연장근무는 주 12시간까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 법에서 제외되는 근로자들도 있다. 이번에 졸음운전 사고로 논란이 된 버스기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버스를 몰았던 김모(51)씨는 사고 전날 18시간 근무를 하고 사고 당일에도 오전 7시쯤부터 운전대를 잡았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2015년 버스운수업 종사자들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234시간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179.8시간)보다 54시간 더 길다.

이런 근무환경이 용인되는 근거는 근로기준법 제59조다. 해당 조항은 26개 특례업종에 한해 주 1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무와 휴게시간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운수업 광고업 의료 및 위생산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집배원의 극단적 노동환경 또한 특례규정 탓이 크다.

특례규정은 애초 공익적 목적이 있거나 연속적 노동이 필요한 업종의 경우 예외를 인정해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1961년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 등을 강화하면서 현실적 측면도 고려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96년 개정을 거치며 ‘공익 또는 국방상 필요성’이라는 조건과 보건사회부 장관의 승인 부분이 사라졌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왜 해당 업종들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야 하는지 객관적 근거가 없다”며 “96년부터는 공익, 국방 필요성 요건도 사라지면서 특례업종만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적이 계속되자 정부도 특례업종 축소 필요성에 동의했다. 문재인정부는 특례업종을 현 26개에서 10개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우편업) 광고업 소각 및 청소업 등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15년 박근혜정부에서도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통해 합의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운수업과 영화제작 관련 직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10개 업종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버스기사에게 일정한 휴식시간을 주도록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법적 연장근로의 상한선이 없다면 소정의 휴식시간이 보장돼도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연속 휴식시간 보장과 최대 근로시간 설정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경우 입법지침을 통해 주당 평균 48시간 이하로 근로시간 상한선을 두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부 업종은 휴게 등 규정 적용에서 제외되지만 그럼에도 주 48시간 근무는 지키도록 하고 있다.

특히 육상운송업은 별도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의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육상운송업에 대한 별도 법제 마련을 제안하며 “운전시간, 대기시간, 근로시간, 연속 휴식시간 등 구체적 개념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민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사무국장도 “운수업종은 대중교통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만큼 고용을 늘려서라도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임주언 이재연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