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칼끝 ‘윗선’ 겨누고, 탈당 가시화…국민의당 존립 흔들

입력 2017-07-13 05:02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문준용씨 특혜취업 제보 조작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도중 눈을 감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달 관련 파문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종학 선임기자

국민의당이 창당 이후 최악의 위기에 내몰렸다. 국민의당 최대주주 격인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대국민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싸늘해진 여론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장남 준용씨 특혜채용 의혹 제보조작 사건으로 당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등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호남 지역 당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데다 검찰의 칼끝은 당 수뇌부를 겨누고 있다.

안 전 후보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많은 기대를 하신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사과했다. 또 “이번 사태로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린 국민의당도 혼신의 노력을 할 것”이라며 “다당제를 실현해 주신 국민들의 뜻을 준엄하게 받들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당의 간판 역할을 해온 안 전 후보가 고개를 숙였지만 제보조작 사태의 파장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원내 5개 정당 중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5% 안팎에서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 지지율도 추락한 상태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탈당 러시’ 관측 역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박홍률 목포시장이 지난달 “민심이 좋지 않다”며 탈당 가능성을 내비친 데 이어 강연재 전 부대변인도 최근 탈당계를 제출했다. 호남 지역 일부 기초의원들의 집단 탈당 조짐은 물론 민주당으로의 집단이탈설까지 나돌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런 탈당 움직임을 차단하는 데 사력을 다하는 상황이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 구속 이후 사과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만 국민의당은 ‘정치공작’ 등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며 ‘벼랑 끝 전술’을 병행하고 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전북 군산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 회의에서 이 전 최고위원 구속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의 정치검찰 1호 사건으로 기록되고도 남을 것”이라며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강경대응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당 차원 개입 의혹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19대 대선을 이끌었던 당 지도부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구속된 당원 이유미씨와 이 전 최고위원 등을 압박하며 제보 조작 여부를 상부에 보고했는지 추궁하고 있다. 또 이번 주 중 공명선거추진단 김성호 전 수석부단장과 김인원 전 부단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제보 검증을 맡았던 공명선거추진단이 관련 보고를 누구에게까지 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당 차원의 조직적인 제보조작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민의당은 공당으로 존재할 수 없다. 당 내부에선 안 전 후보의 ‘뒤늦은 사과’를 비판하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의원은 “안 전 후보가 당의 얼굴로 나섰던 대선 과정에서 벌어졌던 일인데 검찰 수사를 더 지켜보겠다며 입장 발표를 미룬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했다. 당초 안 전 후보는 지난 3일 국민의당 진상조사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안 전 후보와의 거리를 두는 과정이 있어야 당이 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 고위 관계자는 “대선을 이끌었던 안 전 후보, 박지원 전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안 전 후보 등이 주도해 지난해 2월 중도·개혁 노선을 표방하며 창당했다. 같은 해 4월 20대 총선에서 38석을 확보해 다당제 체제를 구축했지만 이번 파문으로 당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