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통감”했지만… 안철수, 정치생명 위기

입력 2017-07-13 05:00
사진=서영희 기자

안철수(사진)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2일 문재인 대통령 장남 준용씨 특혜취업 의혹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며 사과했다. 또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원점에서 정치 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심적 고통을 느꼈을 당사자에게도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국민의당이 제보 조작 사실을 공개한 지 16일 만에 사과 입장을 표명했다. 국민의당 창업주 격인 안 전 후보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초유의 제보 조작 사건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국민의당이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 전 후보는 향후 행보에 대해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계은퇴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면서도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정계은퇴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 전 후보는 제보 조작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에 (제보 조작) 소식을 들었을 때 저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제보 조작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참고인 신분 등으로 검찰 조사에 응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엔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고 답변했다.

안 전 후보는 “이번 사건은 결국 명예훼손을 넘어 공명선거에 오점을 남겼다”며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모두 저의 한계이고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망과 분노는 저 안철수에게 쏟아내시고 힘겹게 만든 다당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국민의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요청했다.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강정석)는 이날 제보 조작 혐의를 받는 이유미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불러 윗선 개입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 소환조사를 검토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박성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글=김경택 손재호 기자 ptyx@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