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달러 ‘세기의 대결’ 앞둔 메이웨더-맥그리거 ‘세기의 말싸움’

입력 2017-07-13 05:00 수정 2017-07-13 22:17
복싱의 제왕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왼쪽)와 종합격투기 UFC의 최고 스타 코너 맥그리거가 세기의 대결에 앞서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 도중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입싸움을 하고 있다. 메이웨더와 맥그리거는 다음 달 2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복싱룰로 경기를 펼친다. AP뉴시스

“꼬마야 춤춰봐.” “맥그리거는 기권을 좋아한다.”

세기의 주먹을 교환하기 전에 입으로 세게 한판 붙었다.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종합격투기(UFC) 최강자’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다음 달 열리는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복싱과 UFC 전설은 한 시간가량 이어진 회견에서 주먹 대결보다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맥그리거가 먼저 단상에 올라가 메이웨더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시늉을 하며 본격적인 신경전이 펼쳐졌다. 메이웨더는 화려한 모자와 운동복을 입고 나와 현란한 풋워크를 맥그리거 앞에서 선보였다. 그러자 맥그리거는 메이웨더를 향해 “나를 위해 춤춰봐. 꼬마야”라며 큰소리로 외쳤다.

맥그리거는 “그는 정장을 살 돈조차 없다. 4라운드 안에 그를 KO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메이웨더가 2015년부터 거액의 세금을 체납했다는 보도를 비꼰 것이다. 이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파워, 맹렬한 공격 그리고 공포를 맛보게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메이웨더도 이에 뒤질세라 “장담하건데 그는 등을 보이며 달아날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맥그리거 같은 선수들을 쫙 줄지어 놓으면 볼링 핀처럼 쓰러트릴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우리는 미스터 탭아웃이 기권을 좋아하고 백기를 흔드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비꼬았다. 탭아웃은 UFC 경기에서 기권할 때 바닥을 두드리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맥그리거가 네이트 디아즈의 조르기에 걸려 바닥에 깔린 채 탭아웃한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특유의 돈 자랑도 했다. 메이웨더는 기자회견 도중 한 측근에게 “내 백팩을 가져오라”고 시킨 뒤 그 속에서 1억 달러짜리 수표를 꺼내 맥그리거 앞에서 들어 보이며 으스댔다. 이어 “맥그리거는 7∼8자리 숫자(100만∼1000만 달러 단위)의 돈을 버는 파이터지만, 나는 9자리 숫자(억 달러 단위)의 돈을 번다”라고 우쭐거렸다.

두 선수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온갖 욕설을 퍼부었고, 급기야 싸움 일보직전까지 갔다. 주최 측은 마이크의 전원을 꺼야 할 정도였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뜯어말린 후에야 둘의 설전이 끝났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같은 설전을 팬들은 3차례나 더 봐야 한다는 점이다. 주최 측인 메이웨더 프로모션은 본 대결에 앞서 ‘세기의 입대결’ 기자회견을 3개국 4개 도시를 돌며 하기로 했다. 이날 로스앤젤레스 회견 이후 하루 간격으로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뉴욕, 영국 런던을 돈다. 이 둘의 대결에 복싱 및 격투기 팬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는 주최 측이 상업적으로 둘의 만남을 자주 갖도록 한 것이다.

메이웨더와 맥그리거는 다음 달 2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12라운드 복싱 대결을 벌인다. 메이웨더는 49전 49승(26KO) 무패 기록을 남긴 세계 복싱 전설이다. 맥그리거는 UFC 라이트급과 페더급 등 2체급을 제패한 최초의 종합격투기 선수다. 이들의 대전료는 1억 달러씩 총 2억 달러(2250억원)로 2년 전 메이웨더와 매니 파퀴아오 경기(2억5000만 달러)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입장권 가격은 최소 500달러(58만원)부터 최대 1만 달러(1150만원)로 결정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