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가 없다.” 모네여성병원 결핵 사태에 대한 피해 부모들의 절절한 호소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모네여성병원 앞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은 침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부모들은 병원의 이른바 ‘나 몰라라’ 행태에 가장 분노하고 있었다. “모네여성병원에서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병원 측은 표면적인 사과만 했다. 불안한 부모들이 병원에 문의를 해도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에 이야기하라는 답변이 전부다. 원장은 피해 부모들과의 면담에서 ‘소송할 테면 소송하라’는 뉘앙스를 내비치더라.”(피해 부모 A씨)
지난달 27일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모네여성병원 신생아실 간호사는 지난해 11월 21일 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신생아실에서 근무했다. 그 사이 신생아실을 거쳐 간 영아는 800명에 달한다. 질본은 이중 668명이 결핵 검진을 받았으며, 625명의 판독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피해 부모들은 ‘잠복결핵’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노출돼 감염됐지만, 실제 결핵으로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영·유아의 경우 잠복결핵이 실제 결핵으로 이어질 확률은 최대 50%에 달한다.
800명의 검사 및 판독이 완료되면 양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는 100명을 상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사 대상 영아는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비롯해 피부에 주사를 놓고 반응을 살피는 투베르클린 검사(TST)를 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양성 판정을 받은 영아들은 9개월 동안 매일 결핵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결핵 치료제는 매우 ‘독한’ 약으로 알려져, 부모들은 영아에게 미칠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었다. 피해 부모 A씨는 “태어난 병원에서 위험에 노출됐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한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일원화돼 있지 않은 치료와 검사도 부모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었다. 이날 만난 여러 피해부모들은 “보건당국에서 지원을 지시한 보건소나 타 병원에서 TST검사와 치료제 처방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병원마다 소견이 제각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부모는 “검사 판독의 기준도 의료진마다 달라 불안하다”며 “보건소의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지만, 타 병원에 갔더니 음성이 나왔다”고 말해 검사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800명의 영아가 거쳤다는 것은 산모들이 그만큼 병원을 믿고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역시 타 병원에 있다가 모네여성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병원은 이 모든 믿음과 신뢰를 저버렸다.”(피해부모 B씨)
이날 피해 부모들은 호소문을 병원 측에 전달했다. 안희성 병원장 대신 총무과장이 대신 받았다. 해당 관계자는 대면 사과 및 피해 부모들과의 간담회 등 향후 병원에서 준비한 일정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핵은 국가 관리 질병’이라는 프레임 뒤에 병원은 최종 책임을 질본에게 넘기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 질병관리본부는 “사태 책임의 주체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이후 계속 지적돼 온 고질적인 한국 사회의 문제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관찰된다. 보건당국의 ‘느긋한’ 처리나 특유의 ‘사무적’ 태도는 피해 부모들의 가슴에 상처를 낸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현재도 정상 운영 중이다.
김양균 기자
모네여성병원 결핵 사태 ‘나 몰라라’ 행태에 분노
입력 2017-07-16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