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 손자와 유명 연예인 아들이 연루된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교장과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제재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가해 학생인 재벌 총수 손자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에서 누락시켰다. 심지어 재벌 손자 부모에게 학폭위 회의록 등을 문자로 전송하고 가해 학생과 목격 학생의 진술서 18장 중 6장을 분실하기도 했다. 그러고선 피해 학생 부모에게 다른 학교로 전학갈 것을 회유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숭의초에서는 지난 4월 수련회 때 학생 4명이 같은 반 학생 1명을 이불로 덮어놓고 어린이용 야구방망이로 집단 구타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피해 학생에게 바나나우유 모양의 용기에 든 물비누를 먹이기도 했다. 내 아이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가슴을 칠 일이다. 그런데 학교 측은 피해 학생 부모의 신고로 뒤늦게 학폭위를 열었지만 사건을 덮었다. 피해 학생 어머니는 처음부터 재벌 회장 손자를 가해 학생으로 지목했지만 학폭위 심의 대상에서 누락시켰다. 이러고도 교육자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숭의초 교장은 “교육청이 무서운 게 아니라 재단 이사장이 무섭다”고 했다는데 교육현장까지 금권에 물든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장·교감·생활지도부장 등 3명을 해임하고 담임교사에 대해선 정직의 징계를 해달라고 학교법인에 요구했다. 수사기관에 수사도 의뢰했다. 마땅한 조치다.
학교폭력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피해자는 평생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교육부의 엊그제 발표를 보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3만7000명 중 70%가 초등학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학교 측이 폭력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것도 문제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사설] 교육자임을 포기한 숭의초 교장·교감·교사들
입력 2017-07-12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