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직전의 마트를 헐값에 인수해 영세 상인으로부터 외상으로 물품을 납품받고 돈을 갚지 않는 등의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일명 ‘마트사냥꾼’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총책 김모(54)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김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임모(51)씨 등 3명에 대해서는 사기·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 등은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경기 지역에서 지역마트 10곳의 사장과 영세 상인 등 150여명을 상대로 물품대금 25억원, 보증금 4억원, 매매대금 49억원 등 약 78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폐업 직전의 마트 10곳을 인수하고 영세 상인으로부터 물품을 외상으로 납품받아 영업했다. ‘오픈 기념’ 등 단기 행사를 통해 매출을 올렸다. 납품업자들이 외상값을 요구할 때는 노숙자 장애인 등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우고 명의를 이전해 책임을 떠넘겼다. 또 매출이 단기간에 올라간 점을 이용해 권리금을 높게 책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마트를 팔아치우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대기업 납품업체는 통상 외상 거래 시 보증보험증권을 발행받아 납품하지만 영세 납품업체는 보증보험증권 없이도 외상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글=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사건 인사이드] 폐업 마트 노려 78억 빼돌린 ‘마트사냥꾼’
입력 2017-07-1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