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스펙은 ‘최고’ 재테크엔 ‘까막눈’

입력 2017-07-13 05:00

직장생활 2년차인 배모(25·여)씨 수중에는 여전히 월급통장 하나뿐이다. 저금리 시대에는 분산투자나 주식·펀드 등으로 재테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지만 딴 세상 얘기 같다고 말한다. 배씨는 “학생 때 이자 등 기본적인 이론만 배운 게 전부여서 막상 월급이 들어오자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주변을 둘러봐도 투자를 하고 싶어도 잘 몰라서 못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지녔다는 사회초년생들이 정작 재테크에는 ‘까막눈’ 수준이다. 주식 투자자 가운데 20대 투자자는 24만326명(지난해 기준)으로 전체의 4.9%에 불과할 정도다.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거나 소득이 적어 재테크를 할 종잣돈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금융지식 자체가 부족하다.

12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 18세∼79세 성인 1820명을 대상으로 금융이해력을 조사한 결과 29세 이하 청년층은 62.0점에 그쳤다. 60대(64.2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제시하는 최소 목표 점수(66.7점)에도 한참 밑돈다.

지금 청년층은 제대로 된 금융지식을 갖추지 못한 채 사회로 나왔다. 현재 초등·중학교에서는 경제 과목을 따로 가르치지 않는다. 사회나 기술가정 과목 등에서 일부분으로 경제·금융을 가르치는 게 전부다. 고등학교에는 경제 과목이 있지만 선택이다. 이윤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에서도 ‘금융’은 마지막 단원에서 일부만 다루다보니 학생들의 관심이 적다”고 말했다.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도 금융교육을 받기는 쉽지 않다. 올해 취업한 김모(25)씨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증권사나 은행 등의 재테크 안내는 광고성이 짙어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은이나 금감원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특강을 열지만 참여할 수 있는 학생 수는 한정적이다. 금감원 홈페이지에 올린 ‘대학생들을 위한 금융교육교재’는 홍보 부족으로 이를 아는 사람이 적다. 그마저도 2015년에 만들어 최신 동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교육과정에서 금융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진수 경인교대 교수는 “소득이 있기 전에 재테크 지식을 갖춰야 한다. 개인이 이것저것 겪다가 30, 40대가 돼서야 재테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늦다”고 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실생활 금융교육을 강화했다. 영향력 있는 금융교육기관이 경제 교과서의 집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소득 일부를 어떻게 저축·투자할지는 물론 주식·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배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