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건지가 안 보인다

입력 2017-07-12 17:26
5·9 대선에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안철수 전 대표가 12일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6일 국민의당 지도부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폭로한 자료가 조작됐다고 공개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지 16일 만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새벽 자신이 직접 영입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자 더는 입장 표명을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안 전 대표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다.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국민과 당사자에게 사과했다. 또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후보였던 저에게 있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원점에서 정치인생을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정계은퇴는 언급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의 사과는 때를 놓쳤다는 비판이 많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의 대선 후보에다가 창업주인 그가 보름 이상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동안 국민의당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으며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사상 초유의 조작 사건을 일으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이유미씨(구속)와 이 전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와 매우 가까운 인물들이다. 또 그의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검찰 수사를 손 놓고 지켜볼 게 아니라 당이 공개한 즉시 사과하고 부족하면 2차, 3차 사과라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처럼 억지로 등 떠밀리듯 나와 “제가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는 자세로는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에 실망한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책임질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아울러 국민의당의 대처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전 최고위원이 구속된 이후 열린 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문재인정부의 ‘정치검찰 1호 사건’으로 기록되고도 남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당은 자체 진상조사를 벌여 제보 조작은 ‘이유미씨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그런데 법원이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면 자숙하고 반성하는 게 도리다. 이런 식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엄중한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검찰도 공명정대하게 수사해 더 이상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서는 안 된다. 제보 조작이 어느 선에서,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밝혀 윗선 개입 여부를 신속하게 규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