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와 두루투어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진행한 ‘존 로스 선교사 루트 답사’엔 한국의 대표적 기독 사학자들이 동행했다. 이들 사학자는 답사 도중 여러 차례 좌담을 갖고 종교개혁 500주년 및 로스 선교사의 ‘예수셩교젼셔’ 출판 130주년이 주는 의미와 한국교회의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는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와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이덕주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 박형신 남서울대 교수 등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이자 예수셩교젼셔 출판 130주년이 갖는 의미가 특별한 것 같다.
이덕주 소장=역사적으로 볼 때 성경이 번역될 때 세상의 변화가 시작됐다. 히브리어 성경이 헬라어로 번역되면서 그리스·로마 시대가 열렸다. 헬라어 성경이 라틴어로 번역되면서 중세가 시작됐다. 1517년 종교개혁과 함께 라틴어 성경이 독일어로 번역되면서 근대의 막이 올랐다. 마찬가지로 130년 전 로스 선교사를 통해 우리말로 성경이 번역되면서 대변혁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했다. 한국교회는 올해를 개혁과 변혁의 정신을 되새기고 실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윤경로 전 총장=초기 한국교회가 확고하게 지녔던 ‘말씀 성령의 역사’를 되찾아야 할 좋은 기회다. 그동안 ‘성경 중심’을 외치면서도 교권화·세속화되고 있는 한국교회가 루터와 로스 선교사로부터 말씀의 능력을 되찾을 때다.
-‘존 로스 루트’를 통해 들여다본 로스 선교사의 사역에 특징이 있다면.
박형신 교수=로스 선교사가 주 사역지이던 중국에선 물론이고 한국인을 향해 선교활동을 하면서도 국법을 어기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신앙의 열정만 앞세워 현지의 문화나 법질서를 무시하거나 이웃들을 존중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된다. 뜨거운 신앙 열정을 갖고 있었지만 주변 이웃들도 존중했다는 점에서 로스 선교사의 사역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선교에 있어 로스 선교사의 가장 큰 업적을 꼽는다면.
이만열 명예교수=한글성경 번역을 통해 한국인과 한반도 선교에 힘을 쏟았다는 점이다. 훗날 미국 계통의 선교사들이 로스 선교사가 번역한 ‘로스역(譯) 성경’ 대신 다시 번역하는 작업에 나섰지만 로스역이 없었다면 한글성경의 탄생 시점은 훨씬 더 늦어졌을 것이다.
박 교수=로스 선교사는 만주 지역에 머물면서도 한국 땅에 기독교 신앙공동체가 형성되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한국선교를 향한 그의 열정이 그를 파송한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의 방향과 일치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그의 선교의지는 확고했다.
-중국 선양(瀋陽)과 단둥(丹東), 랴오양(遼陽), 잉커우(營口) 등 존 로스 루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곳을 꼽는다면.
이 소장=지안(集安)에 있는 이양자교회가 아닐까. 조선 땅을 떠나 세상과 단절된 깊은 산속에서 복음을 접한 신앙 선배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다. 세상의 끝에서 새 삶을 만나는, 즉 ‘끝이 시작’임을 깨닫게 해준 곳이다.
윤 전 총장=단둥의 고려문을 꼽는다. 로스 선교사와 한국인이 처음 만났던 곳을 상상 속에서만 그려봤는데 두 눈으로 역사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어 가슴이 벅찼다. 고려문의 위치와 의미에 대한 고증이 좀 더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수확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로스 선교사의 삶이 주는 메시지는 뭘까.
이 소장=만남과 소통의 가치다. 로스 선교사가 조선인 상인을 처음 만나 한글을 배우고, 한글성경을 번역하고 전도하는 일련의 활동 가운데 만남과 소통을 빼놓을 수 없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만나기 위해 예수라는 소통의 도구를 보내주셨듯이 복음 전파에 있어서도 만남과 소통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선양·랴오양=글·사진 박재찬 기자
[기독사학자 중국 현지 좌담] “루터와 로스로부터 말씀 능력 되찾을 때”
입력 2017-07-13 00:03